올해 3월부터 치료용 대마 처방 가능 접근성 쉬워져
전문가들 철저한 대마 관리...청소년 접근 막아야 강조
박상준 기자
기사입력: 2019-04-16 12: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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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의료용 대마사용 합법화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국내에서도 대마초 사용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올해 3월부터 희귀/난치성 환자는 자가 치료용으로 대마 성문 의약품이 필요하다는 의사 소견서를 보건당국에 제출하면 한국희귀필수의약품 센터에서 받아 사용할 수 있다.
철저하게 치료 목적이고, 제한적 환자에 대해 허용한 것이지만 대마의 접근성이 이전보다 쉬워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오남용 우려도 나오고 있는데 유관학회들도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펜터민 사례가 대표적 대마 오남용 우려
그런 배경에는 향정약 처방 사례에서 충분히 확인했기 때문이다. 과거 다이어트 약물로 대표되는 펜터민 성분 제제들은 12주만 처방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았다.
의사들의 무분별한 처방이 오남용을 키웠고, 중독된 환자들은 병원을 옮겨가며 처방받을 정도였다. 구입을 못하면 온라인에서도 살 수 있는데 약물 모양을 따 나비약, 도끼약, 눈사람약 등의 은어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은 지금도 달라지지 않고 있다.
이미 각성효과를 경험한 사람들은 좀 더 센(?)약물을 찾고 덩달아 약물 범죄도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대검찰청이 발표한 2017년 마약류범죄백서에 따르면, 마약, 향정, 대마 사범이 2007년 9898건에서 2017년 1만4123건으로 10년만에 4225건이 늘어났다. 특히 불법 향정약 범죄가 크게 늘었는데 같은 기간 7457건에서 1만921건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따라서 대마 사용도 예외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의사의 양심과 도덕에 맡겨야 하는 상황에서도 부작용이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의료용 대마 처방권을 한의사까지 허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처방권이 다양해 질 경우 관리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칸나비디올, 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 성분관리도 철저해야
대마관리도 더욱 철저한 분석과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대마 제제는 서로 다른 품종인 사티바와 인디카에서 추출한다. 사티바는 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THC) 성분이 높고, 인디카는 칸나비디올(CBD)이 더 많다. THC는 흥분과 환각 등 나쁜 성분이 많이 들어있는 반면 CBD는 통증, 불안, 우울 감소등 치료성분이 더 많이 들어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성분이 강한 4가지의 CBD 주성분으로 이뤄진 약물만 처방이 가능한데, 정확한 함량관리와 철저한 규제를 하지 않으면 새로운 약물이 유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의 경우 대마를 합법화한 후 THC 성분함량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데 이것이 오남용의 주범이다. 현재 미국은 유통대마초의 THC 성분이 17%를 넘고 있다. 의료용 기준인 8% 이하, 정신병 유발 기준인 16%보다 높은 수치다. 합성대마의 경우 THC 성분이 60%를 넘기는 것도 있어 심각한 오남용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인천참사랑병원 천영훈 전문의(킬리안 정서행동 연구소)는 지난 가정의학회 춘계학회에 참석해 "국내에 대마가 들어오면 오남용은 시간 문제가 될 것"이라면서 "특히 외국의 사례를 보면 청소년들의 오남용이 심각하다. 흡연과 알코올 노출이 빨라지면서 좀 더 강한 각성효과를 찾고 있는 상황에서 대마를 경함하면 문제가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서양의 대마 합법화 추세 이면에 끔찍한 사회적 공황상태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지금의 대마가 엄청나게 위험한 성분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 최대한 엄격한 수준으로 관리하고 유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