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서면심의라는 임기응변 말고 다시 원점에서 재검토해 제대로 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의료제도 정상화를 위한 포괄적 사회기구를 구성해야 한다."
정부가 지난주 공개한 건강보험종합계획을 검토한 후 대한의사협회가 내린 결론이다.
의협은 17일 임시회관에서 정례브리핑을 갖고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12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건강보험종합계획안을 안건에 상정했지만 건정심은 의결을 보류했다.
의협은 "건강보험종합계획은 국고지원을 병행해야 하며 건강보험 재정에 충당토록 하는 국고지원 미지급액의 선결이 우선"이라며 "보장성 확대라는 명목으로 비급여를 금기시하는 정책방향과 사회인식을 바꾸고 무조건적인 급여화가 아닌 필수의료 영역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비급여는 국민 선택권 및 의료의 다양성에 따라 시장경제 원리 영역으로 보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의협은 ▲평생건강을 뒷받침하는 보장성 강화 ▲의료 질과 환자 중심의 보상 강화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 제고 ▲건강보험의 신뢰확보 및 미래 대비 강화 등에 대한 정부의 세부안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평생건강을 뒷받침하는 보장성 강화
정부는 추나요법 급여화 및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추진, 한약제제 보장성 확대 방안을 내놨다.
이를 두고 의협은 "한정된 보험재정 여건 상 안전성, 유효성이 검증되고 비용효과성 있는 필수의료부터 점진적, 단계적 급여가 일반적 원칙"이라며 "한약은 생산 유통 등에 대한 이력 관리가 불가능해 안전성, 유효성에 대한 엄격한 검증이 필요하지만 검증과 제도적 관리를 위한 기전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첩약 시범사업 연구용역 결과에 대한 의·한·정 합동 검증을 실시해야 한다"며 "시범사업 이전에 표준화 되지 않은 첩약의 위해성 여부 등에 대한 올바른 평가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및 제도화에 대해서는 중장기적 간호인력 수급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게 의협의 안. 입원-퇴원-재가복귀 연계를 강화한다는 안에 대해서는 요양원 및 공동가정시설 관리체계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국가건강검진도 의료계와 협의해 제3차 국가건강검진 종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협은 "건강검진 후 상담이 중요한 만큼 이를 실현할 대책과 검진 주기 및 검진 교육 등 건강검진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무자격자에 의한 건강검진은 국민 건강에 큰 위해를 가져오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 및 대형 검진센터의 질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의료 질과 환자 중심의 보상강화
의료 질 평가제도 및 보상 내실화를 위해서는 유형별 차이를 반영한 지표를 개발하고, 평가 결과는 적정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한 가이드라인으로 활용, 실질적 지표에 의한 질평가 방안 마련 등을 제안했다.
적정 진료 및 적정 수가 보상책으로 신포괄수가제 확대, 묶음수가 검토 등에 대해서는 "공급자에게 또 다른 희생을 강요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적정수가 개념 정립 후 선별적, 순차적 보상 기조를 밝히고 있는 것은 적정수가에 대한 정부의 박약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 제고
건강보험 재정에 대해서는 보험료 상한 8%와 국고지원 20%에 대한 명확한 설계 및 법적,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보험료율을 3.2% 선으로 인상하는 방안으로 보장성 강화와 이로 인한 의료이용 행태 변화에 따른 급격한 재정지출을 감당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보험료와 국고지원에 의존하는 건강보험의 수익 구조상 보험료 인상의 최소화는 국고지원의 지속 및 지원 금액 확대로 연결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해당사자간 협의를 통해 의료전달체계의 재확립, 의료이용 합리화 방안 및 보장성 강화 방안 등에 대한 방향 재설정"을 제안하며 "상급종합병원 심층진찰 의무화 및 상급종병 차등수가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