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학회, 가정의학회 등 진료지침 정비 작업 돌입
대학병원 중심 스타틴 등 대체제 처방과 연구 논의 시작
이인복 기자
기사입력: 2019-04-24 06: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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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혈관 질환의 일차예방 효과로 주목받던 아스피린이 쏟아지는 연구로 근거를 잃으면서 대체제 마련 등 가이드라인 변경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실상 아스피린 시대가 저물었다고 입을 모으며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를 통해 새로운 처방 그룹과 대체제를 강구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고 있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정현숙 교수는 23일 "지난해 나온 무작위 연구와 올해 초 메타 분석 논문으로 이미 아스피린에 대한 일차예방 효과는 논란이 끝났다고 봐야 한다"며 "더이상의 연구가 의미가 없을 정도로 확실한 결과가 도출됐다"고 못박았다.
이어 그는 "이러한 연구 결과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시 가이드라인을 정비하는 작업이 시작될 것"이라며 "이미 유관학회들은 이를 위한 준비에 들어간 상태"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대한심장학회를 비롯해 대한가정의학회 등은 이번 연구 결과에 맞춰 아스피린의 역할에 대한 재정립에 들어갔다. 더불어 가정의학회도 논의를 위한 연구 주제를 맡아 작업에 들어간 상태.
5년에서 10년간 진행된 무작위 연구(RCT)인 ARRIVE와 ASCEND, ASPREE가 공통적으로 아스피린의 일차예방 무용론을 제시하고 있는데다 출혈 위험성을 경고했다는 점에서 더이상의 분석이나 연구는 무의미할 것으로 학계는 보고있다.
정 교수는 "올해 초 유럽심장학회에 발표된 메타분석(European Society of Cardiology 2019. 40, 607-617)에서 2000년 이전 연구들이 아스피린의 일차예방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는 결과가 나오기는 했다"며 "하지만 이것이 좀 더 세밀하게 설계된 ARRIVE와 ASCEND, ASPREE의 결과를 뒤짚기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미국심장협회와 학회가 일제히 일차예방약제로 아스피린 권고 등급을 대폭 낮추고 유럽심장학회가 아예 쓰지 말라는 의견을 낸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며 "그나마 암에 대한 예방효과로 모든 종류의 사망원인(all-cause mortality)에 대한 논의는 남아있지만 심혈관 질환에 대한 논란은 이미 끝났다고 판단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 맞는 새로운 기반 연구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재정립하고 아스피린의 효용성을 감안한 새로운 타겟팅 그룹을 찾는 과정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우선 미국과 유럽의 가이드라인을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미국, 유럽과 인종이 완전히 다른 만큼 주요 대학병원들이 참여하는 멀티 센터 개념의 연구가 이어져야할 것으로 보인다.
정현숙 교수는 "1차적으로 우선 미국과 유럽의 가이드라인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겠지만 우리나라는 완전히 인종이 다르다는 점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연구가 필요하다"며 "한국인은 출혈 위험이 더 높다는 점에서 위험 인자 자체가 다르게 분석돼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특히 아스피린이 분명히 효과를 나타내는 그룹이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멀티 센터 연구를 통해 한국인의 특성을 반영한 타겟팅 그룹을 찾아가는 노력도 필요하다"며 "개별 기관 뿐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지원을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그는 처방 패턴도 분명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봤다.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스타틴 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전망이다.
서울아산병원 한기훈 교수는 "아스피린의 일차 예방에 대한 효과는 이미 대학병원차원에서는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많이 처방되지 않았지만 개원가에서는 많이 처방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일차 예방이 필요한 환자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알리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도 "아스피린 시대가 저문 만큼 이제는 스타틴 등 또 다른 일차예방 효과를 기대할만한 약물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될 것"이라며 "이미 패러다임 자체가 완전히 이 방향으로 가고 있는 만큼 대학병원부터 처방 변화와 연구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