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학회, 춘계학회서 전공의 수련 정책 변화에 초점
동네의원 외과 전문의 활용 방안도 적극 검토
황병우 기자
기사입력: 2019-05-20 06: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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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외과학회(이사장 윤동섭)가 올해부터 수련기간을 4년제에서 3년제로 전환하면서 중요과제로 여기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입원전담전문제도의 활성화'다.
외과 3년제 시행으로 당장 2022년도에 현재 1년차‧3년차 전공의가 동시에 배출됨에 따라 전문의가 두 배로 의료시장으로 뛰어들고, 이후에도 전문의 취득기간이 더 짧아짐에 따라 외과전문의 양성이 더 빠르고 많아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의 일환으로 외과학회는 17일부터 18일까지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외과: 새로운 시작, 더 큰 도약'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특히, 학술대회 프로그램 중 입원전담전문의를 정책세션으로 배정해 ▲입원전담의 시범사업 소개 ▲입원전담전문의 각 병원 근무형태 비교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 필수 역량 ▲입원전담전문의 활성화를 위한 학회지원 방안 등 큰 시간을 할애하는 모습을 보였다.
외과학회가 3년제 전환과 함께 입원전담전문의를 강조하는 이유는 학회가 전면에 내세운 3‧3‧4 인력 활성화가 가장 큰 이유다.
이전엔 외과 전문의 전체인력을 100으로 봤을 때 상급종합병원에 있는 서전스페셜리스트(Surgeon Specialist, 이하 스페셜리스트)가 30%, 그밖에 서전제너럴리스트(Surgeon Generalist, 이하 제너럴리스트)를 70%으로 나눴었다.
하지만 외과 3년제 도입과 함께 이전의 틀에서 벗어나 스페셜리스트 30%,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 30%, 제너럴리스트 40%로 구분하는 것이 주요 핵심으로 떠오른 것. 이것이 외과학회가 인력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는 3‧3‧4전략이다.
외과 전문의를 취득하더라도 전공을 살릴 수 있는 곳이 부족한 전문의들에게 활로를 제시하고 외과의 발전도 꾀하겠다는 취지다.
외과학회 노성훈 회장(세브란스)은 "외과의사 중 상당수는 약 40%가량은 요양병원에 가거나 개원을 한다"며 "외과전문의임에도 비뇨기과, 내과, 소아과 등의 진료를 보고 있고 외과에 대한 많은 공부를 한 상황에서 귀중한 인력이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 외과학회가 공개한 심평원의 전문과목별 전문의현황의 내과와 외과를 비교했을 때(2019년 1월 4일 기준, 각각 내과/외과 ) ▲상급종합병원 2984명/1010명 ▲종합병원3613명/1216명 ▲병원 1375명/579명 등으로 내과와 외과가 3배의 차이를 보였지만 요양병원에 한정했을 경우 내과 838명, 외과 720명으로 그 차이의 폭이 줄어든다.
즉, 절대적 N수가 내과보다 적은 외과가 요양병원에서 내과와 큰 차이가 없다는 건 외과 인력이 그만큼 요양병원에 많이 종사하고 있다는 게 외과학회의 설명.
노 회장은 "현재도 전공의 정원을 꽉 채우지 못하고 힘들거나, 미래가 없다는 이유로 10~20%는 중도에 포기하기도 한다"며 "입원전담전문의제도가 성공해야 외과 진로도 많아지고 전공의 지원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제는 일자리 확충…학회 "복지부 한시 수가 등 제안 예정"
다만, 입원전담전문의 활성화를 위한 학회의 의지와 별개로 실제 현장인 병원에서 제도를 시행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상황.
현재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는 11개병원에서 총 32명이 근무하고 있다.
가령 3년제 전환으로 외과전문의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갈 곳은 없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예측이 가능한 것. 학회는 이러한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외과학회 김형호 기획이사(서울대)는 "주말 근무 형태의 2인 체계 허용 및 3인 수가 청구 허용, 한시적 1인수가 신설 등을 정부와 논의할 계획"이라며 "또 시범사업 후에도 사업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 확립이나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를 외과전문의자격증 있는 자로 제한하는 방안을 건의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현재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운영의 허들로 인해 시행을 머뭇거리는 병원들에게 당근을 제시할 수 있도록 일시적으로 허들을 낮추고 제도 시행 이후 인력풀 등 환경이 조성되면 다시 원래의 형태로 돌아가는 방식을 제안한다는 의미.
이와 함께 아직 빅5병원을 제외한 다른 병원들은 외과입원전담전문의를 채용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외과의사회 등 개원가 단체들과 교류를 통해 전공을 살리지 못하는 외과전문의들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한다는 계획도 전했다.
노성훈 회장은 "입원전담전문의는 국민건강 질을 높이고 외과의사에 대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시행착오도 있겠지만 입원전담전문의에 대해서 외과학회 집행부가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직 남은 병원 내 인식 문제 해결 과제"
한편, 아직 병원 내에서 입원전담전문의를 바라보는 시각도 학회가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이길연 수련이사는 "새로 들어온 전공의들의 경우 입원전담전문의를 하고 싶다고 밝힐 정도로 인식이 많이 변했지만 지난 17일 토론회에서 한 주임과장은 그런 전공의들을 혼냈다고 밝히는 것을 보면 아직 현장에서의 인식변화는 못 따라오는 게 아닌가 싶다"고 언급했다.
아직 제도 도입 초기인 만큼 옛날 외과 패러다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병원도 일부 있다는 게 그의 의견.
이 수련이사는 "입원전담의에 대해 학회가 주도적으로 토의하고 요구사항을 듣고, 또 전달하면서 수술 외에도 외과전문의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정착시키겠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외과학회 윤동섭 이사장(세브란스)은 "3년제 변화와 함께 입원전담전문의 활성화가 가장 큰 고민이지만 입원전담전문의에 대한 호응도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며 "긍정적 변화들이 쌓여 현재 전공의 정원 100%를 채우지 못하는 점도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궁극적으로는 외과 전체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