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제품 보완...전극선유착·혈전·감염 등 부작용 최소화
정보영 신촌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 "기대된다" 평가
정희석 기자
기사입력: 2019-05-27 06: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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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적인 심장박동으로 돌연사 위험이 있는 환자에게 이식해 200회 이상 비정상적인 부정맥을 감지하면 전기충격을 통해 정상박동으로 만들어주는 이식형 의료기기 ‘ICD’(Implantable Cardioverter Defibrillator·심율동전환제세동기).
1985년 FDA 사용 승인 후 이식술이 보편화되면서 디바이스의 기계적 기능적 발전을 거듭해왔다.
이후 1990년대 혈관용 유도 전극선(Lead)이 나오면서 전도선 부착을 위한 개흉 수술 위험성을 크게 낮춘 ICD는 최근 소형화와 함께 배터리 수명이 늘어나고 MRI 검진까지 가능해졌다.
이러한 임상적 유효성에도 불구하고 ICD는 해결해야 할 부작용 이슈가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혈관을 통해 심장 내부로 전극을 삽입하다보니 이로 인한 혈전·감염 등 부작용 우려가 제기된 것.
부작용이 발생하면 일반적으로 기존에 삽입했던 전극선까지 교체해야한다.
문제는 전극선 교체 자체가 쉽지 않을뿐더러 이 과정에서 환자와 의사 모두가 겪는 위험부담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S-ICD(Subcutaneous Implantable Defibrillator)는 이러한 감염 및 합병증 우려가 있는 경정맥형 제세동기 ICD를 보완하는 디바이스로 부정맥질환 환자들의 또 다른 ‘치료옵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심장을 건들지 않는 부정맥 시술’을 구현하는 S-ICD는 비정상적인 심장박동(심실빈맥성 부정맥)이 감지되면 전기적 충격을 전달해 정상박동으로 만들어주는 피하 삽입형 심율동전환제세동기.
전극선을 환자 경정맥이 아닌 흉골 부위 피하에 삽입해 혈관과 심장 안에 위치한 전극선에 따른 혈관 감염·협착 등 부작용 위험성을 최소화하고 합병증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특히 실제 전극선은 있지만 심장과 직접적인 접촉이 없어 ‘Leadless ICD’로 불리는 S-ICD는 큰 위험부담 없이 전극선 제거가 가능해 심장 내부에 전극선 삽입이 부담스러웠던 환자들이 보다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정보영 신촌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국내에 S-ICD 시술을 선도적으로 도입한 장본인.
그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S-ICD는 이식 후 출혈이 적고 이식 과정에서 ICD 혈관 삽입 방식보다 위험성이 낮아 환자·의료진 모두 시술부담을 줄여준다”며 “무엇보다 장기적으로 부작용이 적다는 장점 때문에 부정맥질환 환자의 치료옵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다만 “S-ICD와 ICD는 각각의 기능적 차이와 장단점이 있고, 또 S-ICD가 ICD를 완전히 대체하는 개념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S-ICD가 ICD와 비교해 전극선이 심장과 직접적인 접촉이 없기 때문에 혈전·감염 등 부작용 우려가 적은 것은 분명한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 혈관에 삽입하는 ICD 전극선으로 인한 혈관 염증 등 부작용 발생률은 얼마나 될까.
ICD·CRT(Cardiac Resynchronization Therapy·심장재동기화치료)와 같은 심장삽입 전기장치(Cardiac Implantable Electronic Device·CIED) 이식 후 장기간 추적 관찰한 결과에 따르면, 약 2.4%에서 전극선 관련 합병증을 경험하는 등 부작용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CIED를 공급하는 한 다국적기업은 ICD 이식 후 10년이 지나면 전극선 문제 발생률이 약 20%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됐다고 밝혔다.
관련해 정 교수는 “개인 의견을 전제로 전극선 관련 혈전·감염 등 부작용 발생률은 약 2~3%로 판단되며, 생명과 직결되는 심각한 부작용은 1% 정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몸속에 이식한 ICD 전극선이 유착되면 이를 빼는 게 매우 어렵다는 점”이라며 “전극선 제거에 사용하는 특수 레이저나 드릴 등 치료재료가 허가·급여 문제로 수입이 안 되다보니 의사가 6~7시간에 걸쳐 직접 제거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자칫 전극선이 끊어지거나 심지어 심장이 뚫리거나 심각한 감염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더욱이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도 100명 중 1명은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S-ICD는 혈관을 건드리지 않고 흉부외강에 전극을 삽입해 감염 위험을 줄이고 이미 감염이 있는 환자에게도 재시술이 가능하며, 전극선 제거 또한 상대적으로 쉽고 안전하기 때문에 부정맥질환 환자들의 ICD 이식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치료옵션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S-ICD는 부정맥·급성심부전 등 예방·치료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아 호주 미국 유럽 일본 중국 홍콩 대만 등에서 보험급여가 이뤄지고 있다.
한국 역시 늦은 감은 있지만 지난 3월 1일부터 보스톤사이언티픽 3세대 S-ICD ‘EMBLEM’(엠블럼)에 대한 행위·치료재료 급여가 적용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부정맥·급성심부전 환자들의 재발 및 돌연사 위험 등 1차 예방 차원에서 S-ICD 시술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급여화가 늦은 것은 물론 시술 의사도 부족했기 때문에 그간 혜택을 받는 환자들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정 교수 또한 이 점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했다.
정보영 교수는 “일본은 지난해 S-ICD 급여화 후 첫 한 달 간 시술 400건이 이뤄졌다”며 “현재 한국의 S-ICD 시술 건수는 대략 일본의 10분의 1 수준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급여화가 늦게 된 점도 이유겠지만 정작 시술을 할 수 있는 부정맥 의사가 부족하다보니 대기환자가 많았던 것 또한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불과 얼마 전까지 ICD·LAVD(Left Ventricular Assist Device·좌심실보조장치)와 같은 CIED를 시술할 수 있는 부정맥 의사 자체가 턱없이 부족했다”며 “하지만 최근 들어 부정맥이 인기 과가 되고 그만큼 의사도 많이 배출되면서 S-ICD 시술 건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