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 수련실태 공개…'수련의 질' 기대할 수 없는 현실 지적
'인턴=전공의'로 바라보는 인식 전환 필요성 제기
황병우 기자
기사입력: 2019-06-03 12: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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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턴 A는 오더 업무 당직이다. 담당하는 구역이 넓다 보니 각종 청구용 또는 구두 오더를 넣어달라는 문자가 쏟아진다. A는 환자가 어떤 상태인지, 오더 내용이 어떤 의미인지 알지 못한 채 오더 내용을 입력한다.
#2 외과 계열을 돌고 있는 인턴 B는 정작 해당 과의 수술을 한 건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수술장에서 인턴의 주 업무는 환자와 검체는 옮기는 것으로 수술이 항상 두 개 방 이뤄져 한쪽 방의 환자를 옮기고 검체를 등록하고 오면 다른 방의 환자를 옮기기 바쁘다.
다음은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회장 이승우)가 공개한 인턴이 수련현장에서 실제로 겪은 수련경험을 정리한 것이다.
각 병원의 인턴이 수련을 받아야하는 한명의 전공의로서 적절한 수련을 보장받아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는 최근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5차 의학교육학술대회'에서 주관한 정책세미나를 통해 인턴수련의 문제점과 개선책을 제시했다.
이날 대전협 이지후 대외협력이사는 '인턴수련 및 교육과정 현황과 주요사례보고'를 통해 인턴 수련환경 설문조사를 공개했다.
먼저 2017년 전공의 수련 및 근무환경 실태조사(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 연구소 실시)에서 '수련연차에 따른 적절한 지도교육 여부'를 물었을 때 레지던트 1년차~4년차까지는 20~30%만이 적절한 지도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응답한 것에 반해, 인턴의 경우 61%가 '아니다'고 응답해 절반이 넘는 인턴이 적절한 수련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대전협이 실시한 2018년 전공의 수련병원 평가에서 총 732명의 인턴 중 3분의 1을 차지하는 37%가 '전공의가 해당업무를 통해 지식, 기술, 태도를 갖추는데 필요한 학습과정이 적절하게 구성돼 있지 않다'고 응답해 학습 과정의 적정성에도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췄다.
이와 함께 이 대외협력이사는 수련현장에서 이뤄지는 비의료인 업무에 대한 강요와 떨어지는 디도전문의제도의 인식이 수련의 질을 저해한다고 진단했다.
2018년 전공의 수련병원 평가에서 인턴들은 초과근무의 이유로 25%가 잡일을 꼽아 수련과 별개의 업무를 하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검체·기구·환자이송·행정처리'등 비의료인 업무 강요가 지양해야한다고 답했다.
특히 인턴의 절반가량이 전공의 지도 및 교육을 담당하도록 지정된 전문의인 '지도전문의 제도'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했고, 제도는 알지만 지도전문의가 누군지 모르는 비율도 높게 나타났다.
결국 수련책임자인 지도전문의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인턴의 수련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
이 대외협력 이사는 바람직한 인턴 수련의 방안으로 ▲ 수련교과과정의 개발 ▲수련 현장변화 ▲인식 변화 등 3가지를 주요 과제로 꼽았다.
이 이사는 "현재 교과과정과 수련규칙 표준안의 불일치를 바로잡기 위해 평가기준의 구체화와 표준화된 수련 환경의 조성이 필요하다"며 "현재 간호사로부터 업무를 전달받고 간호사를 통해 결과를 보고하는 업무 구조의 개편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즉, 현재의 업무구조는 인턴의 의료행위에 대한 책임감과 지도전문의의 교육에 대한 책임감 결여를 초래한다는 의미다.
끝으로 이 이사는 각 병원이 인턴을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초 모 수련병원이 경영 적자를 이유로 수련병원을 포기하지만 인턴 수련은 유지하겠다고 했지만 레지던트가 없는 상황에서 인턴 수련을 얼마나 잘할 수 있는가는 의문"이라며 "인턴=피수련자 라는 인식이 부족한 사례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합리적 의학교육을 하려면 다양한 경험이 필수적이다. 전공의들에게 거인어깨에 올라가 넓은 산을 보라고 했는데 현재 전공의들이 거인 어깨에 올라갈 여력이 있는지 생각해볼 문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