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노조 실태조사 결과, 병원 63% 출퇴근시간 기록 장치 없어
절반 이상 병원 30분 이상만 시간외 근무로 인정
황병우 기자
기사입력: 2019-06-04 12: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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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들의 절반 이상이 30분 이상의 시간외 근무시간만 인정해 실질적으로 병원 노동자들의 '공짜노동'이 횡행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시간외근무시간 기록장치가 없다고 응답하는 곳도 63.6%에 달해 절반이상이 제대로 시간외근무가 기록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병원들이 시간외 근무시간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시간외 근무시간을 객관적으로 기록할 수 있는 장치조차 마련하지 않는다는 것의 반증이라는 지적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노조, 위원장 나순자)은 올해 3월부터 4월까지 2개월간 44개 병원에 대해 시간외근무수당 지급 기준과 시간외근무시간을 객관적으로 기록할 수 있는 장치 실태를 조사해 4일 공개했다.
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시간외 근무수당을 1분 단위로 지급하는 곳은 6곳(13.65%)뿐이었다.
또한 시간 순으로 ▲5분(1곳) ▲10분(1곳) ▲30분(18곳) ▲40분(1곳) ▲45분(1곳) ▲1시간(9곳)으로 조사돼 30분 이후부터와 1시간 이후부터 시간외 근무수당을 지급하는 곳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일부 병원에선 2시간 이후부터 시간외근무수당을 지급하거나, 부서장의 사전 승인과 동의를 받지 않은 시간외 근무수당을 인정하지 않거나 아예 시간외근무수당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곳도 있었다.
보건노조는 "이는 병원에서 여전히 시간외수당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는 실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어떤 병원은 통상근무자에게는 초과시간만큼 시간외 근무수당을 지급하고, 병동 3교대 근무자 중 낮번에는 시간외 근무수당 청구 불가능 등 근무형태별·근무조별 시간외근무수당 적용 기준이 다 달랐다"고 밝혔다.
아울러 시간외 근무시간을 객관적으로 기록할 수 있는 장치의 유무를 살펴봤을 때 28곳(63.63%)이 아예 없었고, 있다고 응답한 병원 현황은 ▲컴퓨터 로그인-로그아웃(2곳) ▲출퇴근 펀치(1곳) ▲지문인식기(5곳) ▲지정맥 인식기(1곳) ▲직원카드(4곳) ▲관리자 관리(1곳) 등으로 조사됐다.
보건노조는 이 같은 결과를 두고 "조사결과를 보면 실제 병원에서는 근로계약서와 단체협약에 명시된 출퇴근시간이 준수되지 않고 있다"며 "뿐만 아니라 출퇴근시간을 객관적으로 기록할 장치나 임금계산의 기초가 되는 근로시간 관리대장조차 없어 공짜노동이 만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노조에 따르면 현재 근로기준법과 단체협약에는 하루 8시간, 주40시간제를 초과하는 시간외 근무시간에 대해서는 수당을 지급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특히, 고용노동부가 2018년 병원업종에 대한 근로조건 자율개선 지도사업을 시행한 결과 점검대상 50개 병원 중 근로시간 위반 7곳(14%), 연장근로 위반 14곳(28%), 휴게시간 위반 21곳(42%) 등 법위반 사항이 적발됐고 개선조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병원현장의 공짜노동은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
이에 따라 보건노조는 병원 내 장시간노동과 공짜노동을 근절하기 위해 ▲출퇴근시간을 객관적으로 기록할 수 있는 장치 마련 ▲객관적으로 기록된 출퇴근 시간에 근거해 시간외근무수당 지급 ▲교육, 회의, 행사 등을 근무시간 내에 진행하되 불가피하게 근무시간 외에 진행한 경우 시간외수당 지급 ▲노사합의로 시간외근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 마련 등을 올해 교섭요구안으로 확정한 상태다.
보건노조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 일하는 병원이 더 이상 근로시간 사각지대가 돼서는 안 된다"며 "근로계약서와 단체협약에 명시된 출퇴근시간은 준수돼야 하고 임금계산의 기초가 되는 근로시간 관리대장도 체계적으로 관리·보존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보건노조는 "진료 및 업무 준비를 위한 조기출근과 인수인계에 따른 늦은 퇴근, 비자발적인 교육·회의·행사로 인한 연장근로에 대해서는 시간외 근무수당이 지급될 필요가 있다"며 "부서장에게 눈치가 보여 시간외 근무수당을 청구조차 하지 못하는 관행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