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택 심평원장 단독 인터뷰…의학적 타당성‧자율성 동시에 의사 책임성 강조
"심평원이 실손보험 중개기관? 법률부터 개정하고 요구해라"
문성호 기자
기사입력: 2019-08-01 06:00:59
가
URL복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 추진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부여받은 동시에 기관 자체로서도 지난 2000년 의료보험조합연합회에서 확대‧창설된 이후 심사‧평가체계 개편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가치기반 심사’라는 슬로건 아래 심평원이 기관업무 개편에 있어 핵심으로 여기며 추진하고 있는 것이 오늘(1일)부터 시행하는 분석심사 선도사업. 이를 통해 심평원은 그동안 의료계로부터 비판과 함께 들어왔던 ‘심평의학’이라는 불편한 시선을 청산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정작 정책적 파트너가 돼야 할 의료계로부터는 큰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메디칼타임즈는 지난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에 있는 심평원 서울사무소에서 김승택 원장(66)을 직접 만나 분석심사로 대표되는 심사‧평가체계 개편에 대한 의미와 향후 의료계와의 협력체계 구축에 대한 계획을 직접 들어봤다.
김 원장은 이 자리에서 "건강보험 보장률을 7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선 의료체계 개편이 필수적"이라며 "이를 계기로 그동안 문제가 있었던 심사‧평가체계를 의료계와 소통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김 원장은 "분석심사는 의료계의 책임성을 담보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진료지침이 곧 심사기준이 되는 만큼 의사 개개인이 스페셜리스트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상근심사위원 심사 시스템을 이대로 갈 수 없다"며 향후 진료심사평가위원회의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했다.
Q. 계획했던 것 보다 두 차례(2019년 3월, 7월) 연기한 끝에 분석심사 선도사업을 본격 시작했다. 하지만 의사협회를 필두로 의료계와의 대화 매듭은 여전히 풀지 못하고 있다. 선도사업과 동시에 의료계와의 제도 안착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 같다.
-분석심사로 대변되는 가치기반 심사체계는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이다. 전문심사위원회 구성을 위한 의료계와의 물밑대화는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현재의 건별 심사와 다르게 분석심사라는 것은 의료계의 책임성을 강조하는 시스템이다. 의학적 타당성과 자율성을 인정하는 대신에 의사 개개인의 책임성을 담보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Q. 의사 개개인의 책임성을 담보한다면 상대적으로 의료계에 분석심사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될 수 있을 것 같다. 진료과목 별 진료지침과 가이드라인을 심사기준으 삼는 데에 따른 우려감도 적지 않다.
-개인적으로도 내과 전문의로서 의사 생활을 오랫동안 해왔는데, 의학 각 분야에서 진료지침 등 큰 틀에서의 흐름은 크게 변화하지 않는다. 기본 틀을 가지고 조금씩 변화하는 것인데 이 같은 흐름에서 단절돼 생활한다면 어디서든 적응하기 어렵기 마련이다. 의사가 변화하는 진료환경에 대한 변화와 공부를 하지 않고 어떻게 살아남겠는가. 분석심사 시행 여부를 떠나서 의사 개개인이 스페셜리스트가 돼야 한다.
Q. 분석심사 시행으로 인해 심평원의 한 축인 진료심사평가위원회도 개편이 추진되는 것으로 안다. 대학병원 교수직을 겸하고 있는 상근심사위원들이 원주로 출‧퇴근 하는 문제도 개편의 이유로 제기되고 있는데.
-상근심사위원을 중심으로 진료심사평가위원회를 운영 중인데 현재 방식으로는 갈 수 없을 것 같다. 비상근심사위원까지 합하면 1000명의 심사위원이 있는데, 현재의 방식을 고집해서 될 일이 아니다. 앞으로 논의해야 하는 단계이기에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지만 상근심사위원은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데 집중해야 할 것 같다. 분석심사로 각 지역마다 전문심사위원회가 구성될 것인데 지역심사위원들이 여기서도 ‘코어’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간단히 말해 앞으로 상근심사위원은 이제까지 했던 심사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심사‧평가 방향성을 제시하고 고민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다.
Q. 최근 보험업계에서는 실손의료보험 간소화 논의와 함께 심평원이 중개기관 역할을 맡는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실손보험 중개기관을 새롭게 만들어도 되는 일이다. 국민 편익을 생각하고 효율적인 면에서 따져본다면 심평원과 다른 유사 공공기관도 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우리보고 이를 맡으라고 한다면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중개기관 역할을 요구하고 있지만 법적으로 할 수 없는 구조다. 법적으로 할 수 없는 상황인데 계속 중개기관 역할을 요구하는 것은 맞지 않다.
Q.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도입된 선별 혹은 예비급여로 인해 새롭게 ‘재평가’ 제도 도입이 요구되고 있다. 의료행위나 치료재료, 약제에 대한 급여 재평가 업무에서 심평원에 빠질 수 없을 것 같다.
-현재 약제 재평가 제도 도입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를 심평원 자체적으로도 수행 중이다. 건강보험공단도 이를 연구 중인데 각 기관별로 업무가 중복되지 않도록 협의해 나가야 한다. 의료행위나 치료재료, 약제 모두 재평가를 해야 하는데 우리와 건강보험공단, 보건의료연구원 등이 관련 업무를 지원해야 할 것 같다. 향후 기관 별로 조율해야 할 숙제가 남아있는 상황인데 약제 재평가 관련해 우리는 지난 6월 약제급여평가위원회 내 사후평가소위원회를 두는 절차를 새롭게 준비하고 있다.
Q, 최근 심평원은 신입직원 채용 논란 등 인사문제를 둘러싸고 큰 홍역을 치뤘다. 조직 내에서도 신규직원이 최근 5년 사이 급격하게 늘어났는데, 향후 인사제도 관련해서 개선할 부분이 많을 것 같다.
-신입직원 채용에서 드러난 문제점은 원장으로서 할 말이 없다. 외주업체를 통해 채용 과정을 진행했는데 현재 전면적으로 인사채용 과정을 손 볼 생각으로 채용업체 손해배상 문제는 법률 자문을 거쳤지만, 현재 결정하지 않았다. 심평원장으로서 임기가 많이 남지 않았는데 개인적으로 목표가 세 가지였다. 원주 이전과 심사체계 개편, 그리고 인사제도 개선이었는데 앞으로 조직 내 인사제도 개선에 중점을 둘 것이다. 인사제도개편협의체를 만들어 내부적으로 논의해왔는데 향후 승진 등을 결정할 역량평가 도입을 추진하는 동시에 행정과 심사 등 전문직별로 특화하고 승진할 수 있도록 하는 인사시스템 안착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