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들이 앞다퉈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서울소재 유명 대학병원은 내년까지 1000병상을 늘리고 한 재벌병원은 2008년까지 600병상을 늘리기로 했다는 소식이 잇따라 들린다. 알려진 대로라면 내년까지 수도권에서만 4500병상가까이 늘어난다 이에 따라 인근에 있는 병의원들의 환자 감소와 제살깎아먹기 식의 과당경쟁이 빚어지는등 심각한 휴유증을 낳을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대학병원의 공룡화 실태와 부작용 해법을 3차례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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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대학병원 몸집불리기 실태
②전달체계 붕괴, 병의원 신음
③과당경쟁, 해법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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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의료원은 내년 5월 초현대식 시설과 최첨단 의료기기를 갖춘 1000병상 규모의 세브란스 새병원을 개원한다. 지금의 세브란스병원이 1500병상 규모여서 이를 합치면 2500병상 규모의 메머드급 병원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연세의료원은 세브란스 새병원 개원에 대비해 의료진을 단계적으로 충원하고 요즘은 기존 1500병상 규모의 본관병동의 운영 및 장비 부서배치 계획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의료원은 또 내년 7월에는 영동세브란스병원에 260병상을 갖춘 별관을 완공할 계획이다.
서울아산병원도 현재의 동관과 서관에 이어 2008년까지 600병상 규모의 건물을 새로 짓기로 했다. 삼성서울병원도 수년내에 700병상을 갖춘 암센터 건립계획을 마련했고 강남성모병원은 2008년까지 1200병상 짜리 새 병원을 건립, 총 2000병상을 운용하기로 했다.
이른바 이들 '빅 5' 병원들이 몸집을 불리는 표면적인 이유는 '기존시설의 노후화'(세브란스병원) '환자불편 해소'(서울아산병원) '세계적 암센터 건립'(삼성서울병원)등으로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하지만, 주변의 시각은 적체된 진료 및 입원대기 환자를 소화하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려는 의도라는데 이견이 없다..
심평원등에 따르면 서울아산, 서울대, 세브란스, 삼성서울병원 등 이른바 '빅4 병원'의 일평균 외래환자수는 5,817명 꼴이다.
병원별로는 서울아산병원이 6,500여명으로 가장 많고 서울대병원 6,200여명, 세브란스와 삼성서울병원이 각각 5500명 순이다.
병상수의 증가는 입원뿐 아니라 외래환자 동향에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 세브란스병원은 새병원이 완공되면 현재 5500명 규모인 외래환자 수가 700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한 병원관계자는 "서비스에 대한 환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고 만성화된 입원적체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병상 확충은 불가피 하다"며 "규모가 늘어난데 따른 수요는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한다"고 털어놨다.
중견 사립대병원들도 병상 신증설에 경쟁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중앙대의료원은 800병상 규모의 메디컬센터를 올 11월 개원하고 동국대재단은 내년 5월 840병상규모의 동국대 불교병원, 경희대는 800병상 규모의 고덕병원을 내년 8월 오픈한다.
또 길의료재단은 2010년 500병상짜리 성남길병원을, 한림대의료원은 2013년 개원을 목표로 동탄에 600병상 규모의 제6병원을 세울 계획이다.
규모가 크면 클수록 인력, 시설 장비면에서 생산단가가 내려가 더 많은 이익이 발생한다는 규모의 경제원리에 따른 것이다.
신도시 지역이나 신흥 아파트 밀집지역에 최첨단 시설과 장비를 갖춘 병원을 건립할 경우 쉽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고 여기에다 적체 인력의 효과적인 분산으로 관리비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계백병원, 순천향 부천병원, 한림대 평촌병원 등 최근 신흥주거지역에 설립된 대학병원들은 의료시장 포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母) 병원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국립대병원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대병원은 강남구 역삼동 스타타워 건물에 최첨단 시설을 갖춘 서울대병원 강남건강검진센터 문을 연데 이어 서울대 분당병원을 개원했다.
또 전남대병원은 지난 4월 500병상 규모의 화순전남대병원을 오픈했다.
한국 보건사회연구원 오영호 연구위원은 "대학병원들은 철처하게 타당성을 검토하고 병상신증설에 나서고 있으며, 경쟁력에서 우위에 있다는 자신감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급성기 병상이 과잉 공급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료비 부담 증가와 의료기관간 제살깎이식 과당경쟁을 부추길 우려가 커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