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사상 최악의 불황속에 빠져든 가운데 병원들이 차별화된 인테리어로 환자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예술작품을 병원 안으로 끌어들이는 ‘아트 인테리어’기법이 가장 눈길을 끈다.
입지와 원장의 능력, 직원들의 친절도 외에 환자들에게 병원에 대한 이미지를 확실하게 심어 줄 수 있는 것이 인테리어이기 때문이다. 환자에게 다가서는 병원 이미지에 병원특유의 특별한 색깔과 느낌을 입힌다면 경쟁 상태에서 우위를 점령할 수 있다.
병원은 병을 치료하는 공간이자 불안감과 공포를 유발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 느낌을 최소화시켜 안락하고 편안한 공간으로 만들어 주는 부분에 갖가지 예술품이 생명을 불어넣어 준다. 환자에 맞는, 독특한 병원 분위기를 각인시킬 수 있는 변신, 이것이 아트 인테리어의 핵심이자 시작점이다.
지난 88년부터 미술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병원 내부를 호롱, 토기, 백자, 돌절구 등의 전통문화 유산과 돌 조각, 여러 화가의 조각 작품들과 그림 등으로 배치해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잘 살리고 있는 서초구 소재 H의원의 J 원장의 말을 들어보자.
“예술품을 병원에 걸게 된 계기는 선물로 들어온 그림을 교환하면서부터입니다. 여러 작품을 보고 마침내 한 작품은 선택해 병원 내부에 걸었는데 이게 아주 새로운 느낌을 주더군요. 병원분위기가 안정되면서 편안함이 배어나오더라구요. 환자들도 좋아하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취미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게 되었죠.”
H의원에서 공동개원 중인 C원장은 “이런 저런 조각들을 병원에 배치하고 거기에 어울리는 그림을 넣어주니 환자들의 시선이 분산되면서 공포감이나 두려움 저하에 큰 도움이 되는 걸 느꼈습니다. 환자들에게 안목이 있는 의사라는 느낌을 함께 주기도 하구요. 하지만 가끔 고가의 예술작품이 손상될까봐 우려되는 경우도 있더군요.”
아트인테리어가 꾸며진 병원 안에서 생활하는 스텝의 생각도 별반 다르지 않다. “병원이 화랑 같은 느낌을 주니 환자분들이 더욱 편안하다고 말씀하세요”라며 “처음에는 병원에 웬 그림인지 어렵기만 했는데 계속 와서 보다보니 조각상, 백자 등이 좋아지던데요. 익숙해진달까, 뭐 여기에 오면 이런 작품을 보는 구나 싶기도 하고...” 이 병원에 내원하는 환자의 말이다.
H의원 내부 예술품들은 자연느낌을 살린 편안한 색조와 작품들이 매치돼 있다. 조각은 구상적인 걸로, 그림은 추상적인 걸 선택해 섞어 배치했다고. ‘미술품과 함께 시간대나 날씨, 과별 진료내용에 따른 환자 분위기 등에 맞춰 변화를 준 음악을 선곡한다면 금상첨화’라고 J원장은 소개한다.
자신의 취향과 환자의 취향을 섞어 배치하라
병의원 클리닉과 인테리어 전문 ‘디워크’ 인테리어 디자인 경동호 실장은 “아트 인테리어에 정답이란 없지만 각 병원의 과별특색에 맞춘 미술품 선정과 병원내부 공간컨셉에 맞춘 작품 선택은 필수라며 환자를 위해 작가이름과 간단한 설명을 두면 반응이 더 좋다”고 알려준다.
경 실잘은 이어 “인테리어 투자가 병의원 매출과 연결되기도 하지만 욕심을 낼수록 투자비용이 커지므로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병의원 이전 개원 등을 통한 아트 인테리어에 관심이 있다면 벽을 화이트로 꾸며주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화랑과 갤러리 벽면이 화이트인 것엔 이유가 있는 법. 그림이나 조각을 비추는 은은하면서도 밝은 조명으로 미술품을 돋보이게 하면 충분하다.
또, 여성 환자가 많은 산부인과, 피부과, 치과 교정파트 클리닉의 경우, 은은한 자색 색깔 톤 등을 통일시킨 인테리어에 미술품을 함께 병행한다면 고급스럽고 특별한 느낌의 인상을 환자에게 각인시킬 수 있을 것이다.
경동호 실장은 "병원이나 호텔 등의 상업공간에 작품을 대여하는 임대 아트컨설팅 업체를 이용하거나 직접 작가들과의 연락을 통한 작품 대여도 한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여기에도 주의할 점은 있다. 병원내부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고 따로 노는 조각 작품이나 그림, 고미술품 등은 어울리지 않는 꽃을 꽂아둔 꽃병처럼 생뚱맞다. 병원의 기본분위기에 마치 원래부터 그 자리에 존재하듯 조화로운 작품이 병원에 어울리는 최고의 작품이다.
단지 경쟁병원이 아트인테리어를 하거나, 막연히 우리 병원에 시너지 효과가 날것이라 생각해 인테리어 업자의 말만 듣고 미술품을 병원 안에 들인 경우, 병원 관계자 자체가 지루해 하거나 기대치 이상의 효용을 보지 못하는 사례도 들을 수 있었다. 아트인테리어에 정답은 없지만 자신의 취향과 환자의 취향을 섞어 배치하면 성공확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예술품에 관심을 가진 경우라면 취향에 맞춘 조각이나 그림 등의 예술품과 더불어 서예, 수석, 산호, 박제, 토산품 등까지 범위를 넓혀 보는 것도 병원 이미지 상승의 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