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의 여성의학과 개명 작업과 관련한 산부인과학회 회원들의 찬반양론이 치열하게 펼쳐져 관심을 끌었다.
22일 대한산부인과학회 제90차 학술대회 중 마련된 공청회에서 '산부인과 개명'에 대한 찬반 양론이 뚜렷히 대립됐다.
개명 찬성을 주장한 이기철 원장은 '한국의 의료현실'이라는 발표를 통해 현재 개원의 특히 산부인과 개원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데 반해 출산율을 저하해 산부인과 개원의들이 고사 직전에 놓여 있다고 주장했다.
이 원장은 "전체 과 중 내과에 이어 가장 많은 전문의 숫자를 기록하는 과가 다름아닌 산부인과"라며 "서울시만 보더라도 5백여개 산부인과가 있어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실정에서 분만율은 낮아지고 산부인과 환자 수가 줄어드는 등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비만, 노화방지 등으로 진료영역을 넓히는 것이 대안이라 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여성의학과'로의 개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한 가톨릭의대 이종건 교수도 "현재 다수의 전문과들이 개명작업을 이미 마쳤거나 과명칭 변경작업 중이다"라며 "현재 진료현실상 산과, 부인과 외의 primary care 등 진료영역이 변화한 만큼 이를 포괄할 수 있는 과 명칭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교수는 "미국산부인과학회의 경우에도 공식적인 자료를 통해 이같은 현실을 반영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실제 진료현실과 전문의 교육을 통일시킬 필요가 있으며 진료의 범위를 포괄할 수 있는 명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여성의학과' 개명에 대한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됐다.
대한산부인과개원의협의회 고광덕 총무이사는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한 뒤 "개원의 중 80%가 개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전체의 뜻이 그렇다면 따라가야 할 것"이라며 "하지만 무작정 개명 작업에 돌입하기에는 우려스런 부분이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성의학과로 개명시 전문의로서 전문성의 결여, 일반의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역으로 타 과 전문의들의 산부인과 영역으로의 진입을 가능케 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여성의학과라는 명칭으로 바꿀 시 현재의 전문의 제도의 근간이 흔들릴 우려가 있으며 변경시 국민들의 혼란을 초래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산부인과 학회에 대한 제언을 통해 "개원의와 교직자 등이 같은 배를 타고 있음을 자각할 필요가 있으며 학회의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열린 학회를 만들어 자유로운 의견 수렴 및 탄력적인 운영이 가능해져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반대의 입장에서 발표에 나선 서울아산병원 김 암 교수는 "이같은 개명작업이 이뤄질 시 의사의 전문적, 윤리적 자율성이 심각한 훼손을 입게 될 것이 자명하며 이는 곧 의학의 상업주의화로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선 국민과 정부, 그리고 산부인과 외 타 과 회원들에 대해 적극적인 홍보와 협조를 실시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후 과 명칭을 개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