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의 이번 의협의 정관 인준 거부 배경으로는 2000년 의약분업 강행으로 촉발된 의료계 투쟁에 대한 부정과 함께 투쟁 핵심 세력 지도부에 대한 견제로 볼 수 있다.
또한 복지부가 대한의사협회(회장 김재정)의 개정 정관에 대한 인준을 거부함으로써 의-정 갈등의 기폭제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법원 확정 판결이 회장직 상실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해도 김재정 회장의 의협 회장직 업무 수행은 상당 부분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의사회무 내부 결제 뿐만 아니라 대정부, 대국민과의 협상 대표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의협은 5월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협회 목적 사업의 수행으로 인해 부득이 의사면허가 취소된 자는 상임이사회의 의결에 따라 면허 취소기간이 경과할 때까지 회원 자격을 유지한다’는 안을 만장일치로 의결 통과 시켰다.
의협은 4월 정기대의원총회에 이어 채 한달 여 만인 5월에 대의원총회를 재차 소집해 통과시킬 만큼 의협으로서는 사활을 건 중대 사안이었다.
의협은 대법원 확정 판결을 앞두고 김재정 의협 회장의 안정적인 회장직 회무 수행을 위해 신설 정관 개정안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아울러 김재정 회장 입장에서도 대법원 최종 판결을 함께 앞두고 있는 ‘의료계 9인’에 대한 정치적 부담감도 함께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재정 회장은 16일 대법관에게 보낸 탄원서를 통해 “의료파업에 대한 모든 책임은 당시 의협회장이며, 현 회장인 본인에게 있다”며 “나머지 8명에 대해서는 의사면허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넓은 아량으로 선처해 달라”고 호소했다.
의료법 제26조(의료인 단체) 1항은 “의사 등 의료인은 전국적 조직을 의사회를 설립하여야 하며 3항에서 중앙회가 설립된 때에는 의료인은 당연히 그 해당하는 중앙회의 회원이 되며, 중앙회의 정관을 준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의료법에 따르면 대법원의 확정 판결로 김재정 회장이 의사면허가 취소 된다면 의사가 아니고 따라서 대한의사협회의 회원 자격도 함께 상실되며 또한 금번에 복지부에서 거부된 신설 개정된 정관에 따라 의협의 정관에 의해서도 회원이 아니게 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인 단체는 법정단체로 중앙회 및 지회를 설립하여야 하고 의료인은 당연히 그 해당하는 중앙회 회원이 되는 의료법에 따라서 의사가 아니면 회장이 될 수 없다”고 말해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김재정 회장 등 2000년 당시 의료파업을 주도했던 핵심 지도부 9명은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및 의료법 위반으로 1심과 2심에서 각각 벌금형과 실형을 선고받았으며, 작년 7월 4일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도 ▲ 김재정 신상진 전 현 의협회장 각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 한광수 전 서울시의사회장, 최덕종 전 의쟁투위원장 직대 각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 이철민 배창환 홍성주 사승언 박현승 각 벌금 1,000만원의 실형이 선고됐다.
산적한 의료 현안 가운데 잠복해 있던 복병에 김재정 의협 집행부의 대응 방향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