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판매업자의 무면허 진료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MBC ‘시사매거진2580’은 9일 방송에서 의료기기를 의사에게 판매하는 업자가 수술실에서 의사를 사칭해 환자에게 시술하는 장면을 촬영해 단독 보도했다.
"어떻게 환자에게” -“무릎 꿇는 장면까지는..."
이번 보도를 접한 네티즌을 비롯한 국민들은 어떻게 환자를 대상으로 그러한 시술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어떤 이유를 붙이더라도 윤리적으로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
특히 인터넷을 중심으로 자신의 사례들을 서로 공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구체적인 병원 이름까지 거론되고 있다.
반면 의료계에서는 잘못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선정적인 보도라는 시각과 자성론이 엇갈린다.
한 개원의는 “잘못을 했다면 합당한 죄 값을 받으면 되는데, 방송에서 병원의 윤곽까지 드러나게 보도해서 병원까지 문 닫을 수 있는 상황까지 보도한 것은 분명 잘못이다”고 말했다.
이 개원의는 “무릅 꿇어 의사가 봐 달라는 장면까지 여과 없이 보도한 것은 인격을 모독한 처사”라며 “의사 집단 전체를 매도하는 것은 결국 의사의 사기를 저하시켜 의료의 질을 저하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사 이모씨는 “의료기기에 대한 정보 접근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시각을 달리 할 수 있다”면서 “직접 시술까지야 아닌 이상 의료기기 설명법 등은 배울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지적했다.
반면 의사의 자성론을 제기하는 목소리 역시 적지 않았다. 한 개원의는 "의료계의 현실을 이해하더라도 지나친 면이 없지 않다"면서 "동료, 선후배님들 우리 정말 반성합시다"고 말했다.
의료기기 가르쳐줄 의사가 없다
무면허 시술 파문과 관련, 구조적인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외국에서 주로 들여오는 의료기기를 제대로 가르쳐 사용하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의료기기 수입업체가 해외에서 배워와 의사에게 전수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한편으론 의료기기 사용법이나 운영법 등을 의료계 내부에서도 공유하지 않고 일부 의사들이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경향도 한 몫 작용한다.
S 의료기기 업체 관계자는 “무면허 진료는 이미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라며 “의사에게 교육 역시 기껏해야 학회에서 잠깐 시연하는 정도 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역시 의료기기를 등록만 관리하고 이를 사용하는 의사들에 대한 연수교육방법 등은 강제하고 있지 않다.
개원의 윤모 원장은 “일부 의사들이 의료기가 사용법과 같은 자기 노하우를 알려주는 대가로 수백만원 씩을 받는 경우가 있다”면서 “그러나 대부분은 자신의 수입원인 노하우를 쉽게 알려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의료기기 업체가 의료기기를 판매할 경우 고용되거나 계약된 의사가 직접 구입한 의사에게 교육을 하도록 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공연한 사실... 파문 어디까지”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지만 의료기기 업자의 무면허 시술은 이미 대학병원에서도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는 것이 관련업계와 의사들의 전언이다. 대학병원 역시 새 의료기기를 운용하도록 가르쳐 줄 별도의 인력이 없기 때문에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파문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인터넷을 중심으로 비만 시술을 받은 환자들의 성토가 계속되고 있어 ‘무통분만’ 사태와 같은 집단 문제제기도 있을 수 있다.
의료법에는 의사가 의료인이 아닌 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게 하거나 의료인에게 면허된 이외의 의료행위를 하게 한 때는 1년 이내의 면허 자격정지라는 행정처분이 내려진다.
만약 금고 이상의 형사처벌로 이어질 경우 면허 취소 사유에도 해당한다. 의료기기 판매업자의 경우에는 형사처벌만 받게 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2004년부터 정부에서는 국무총리실 주관으로 무면허 진료행위자를 8대 민생경제사범으로 지목하고 검·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면서 “사법 기관에서 이러한 사례가 적발되면 복지부에서는 행정처분을 내리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