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면허가 없는 의료기기 업자가 의사를 대신해 특정 수술을 한다는 항간의 소문이 사실로 드러나 큰 파문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례가 의료계 전반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어 복지부의 병·의원에 대한 대대적인 실사나 의료기기업체에 대한 단속 등 후폭풍이 예상된다.
MBC의 시사매거진2580은 9일 ‘환자는 마루타’라는 제목의 방송에서 충남과 서울 서초동의 병원에서 의료기기 업자가 직접 환자에게 수술을 하며 의사에게 수술법을 직접 가르치는 장면을 공개했다.
의료기기 업자는 의사를 사칭한 채 환자에게 직접 시술을 했으며, 환자의 얼굴을 교묘히 가린 채 기기에 익숙지 않은 병원 원장에게 사용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특히 한 업자는 자신이 전국의 병·의원을 돌면서 수술을 하고 있으며, 지금껏 수술건수가 1,000례가 넘는다는 충격적인 증언까지 했다.
그러자 MBC 인터넷 게시판 등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자신 역시 방송과 비슷한 경우를 경험했다는 의혹의 글들이 제기 되면서 의사들의 행태를 비난하는 글들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최민정 씨는 “피부과에서 피부 관리를 받는 중 기계를 팔려고 온 사람이 다짜고짜 기계를 시험했다”면서 “의사가 나쁜 거 해주겠냐며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러냐는 식으로 말해 다시는 그 피부과에 안 간다”고 말했다.
반면 의사들과 일부 네티즌들은 방송의 일부 장면을 선정적이라고 문제 삼기도 했다. 특히 의사가 무릎 꿇고 비는 장면을 내보낸 방송사 측에 이의를 제기했다.
조성수 씨는 “기자들앞에서 무릎을 꿇고 비는 의사를 보고 일반인들이 과연 그 의사만 욕할까요? 아님 의사 집단을 욕할까요”라며 “보도 방식은 분명히 잘못 되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논란을 뒤로 하고 이번 사건은 일회성 사건으로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면허 시술을 한 의료기기 업자와 이를 환자에게 속이고 시술을 방조한 의사의 의료법 위반이 명백한 만큼 정부의 단속이 예상된다.
또한 환자들이 ‘무통분만’ 사태와 같이 대규모 환불 요구도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의료계 한 인사는 “의료계에 또 한번의 폭풍이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사건으로 의사들 전체가 매도되지 않도록 의사협회가 적절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