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이 나빠지면 대개 "나이가 들어서", "컴퓨터를 오래해서" 등 나름대로의 이유를 들며 그대로 치부하고 만다. 그리고는 안경이나 렌즈 등을 착용하고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일상 생활들을 영위해 나간다.
그러나 시력이 나빠지는 것도 치료를 받아야 할 대상이라면, 저시력인 사람도 환자라면, 인식의 전환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다.
가톨릭의대 강남성모병원은 최근 안과에 기존 조직의 일부 개편과 함께 인력을 추가하는 형태로 저시력클리닉을 개설했다.
병원측에 따르면 저시력이란 일상생활의 장애를 초래할 수 있는 시력이상이 있거나 시기능에문제가 있는 것으로, 안구나 시로의 선척적 발달이상 뿐 아니라 안질환이나 안외상 후의 합병증이나 후유증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WHO 에서는 교정시력이 0.3이하이거나 시야가 20도 이하인 경우를 저시력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현재 우리나라에 등록되어 있는 시각장애인의 수는 2004년 6월 현재 16만명으로 이 중 약 80%가 저시력인.
또한 인구의 약 0.8% ~ 1%를 저시력인으로 추정하는 선진국의 실태를 바탕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저시력인은 거의 4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저시력을 치료 받아야 하는 질병으로 개선한다면 환자 수요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어 향후 도래할 노령화 사회를 맞아 미래형 클리닉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강남성모병원이 저시력클리닉을 개설한 것은 환자의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많은 환자들을 폭넓게 수용하고 이를 적절히 배분하는 과정에서 정확한 진단을 가미하는 역할도 있다.
이는 MBC 느낌표 출연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김만수 박사의 영향으로 환자들이 대거 몰렸지만 이를 적절히 포괄적으로 수용할 형태를 찾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재 김만수 박사가 과장으로 있는 성모병원 안과 외래는 평일에도 눈코뜰새 없이 환자를 맞이 하느라 북새통이다.
대기실 복도의 양쪽 의자는 환자들로 빈틈이 없고 접수데스크는 예약환자를 받으랴 문의에 답하랴 일일 평균 환자 수를 묻는 기자의 명함도 구석으로 밀려 버렸다.
이러한 환자들의 진료를 적절히 배분하고 포괄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클리닉이 바로 김도현 교수가 운영하고 있는 저시력 클리닉이다.
저시력 클리닉에서는 원인 질환 치료가 잘 되었는지 여부와 시력의 변동여부를 확인하고, 적절한 조명의 사용이나 대비 감도를 증가시키는 디자인 등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교육한다.
또 필요한 용도에 맞고 작업거리와 일치하는 초점거리를 갖는 기구들을 처방해 환자들로 하여금 잔여시력을 활용, 잠재해 있는 기능을 회복시켜 주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기구 처방에 의사의 진단과 도움이 필요한 이유는 다양한 기구에는 각각의 장단점이 있으며 처방된 기구에 대한 부단한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처방된 기구를 구입하면 등록 장애인인 경우 저시력 보조기에 대한 요양비가 지급되고 의료보험대상자는 10만원 상한액 범위 내에서 구입비용의 80% 지원, 의료보호 대상자는 상한액 범위내에서 전액 지원 등 정부의 보조도 있기 때문에 클리닉의 활성화 가능성은 매우 높은 편이다.
김도현 교수는 "우리나라는 인구의 노령화에 따라 저시력인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으나 여지껏 진료영역에서는 소외되어 왔다"며 "활성화를 위해 현재 한국실명예방재단에서도 저시력 센터 설립을 준비 중이며 병원과 협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저시력도 하나의 질환으로 인식이 전환돼 향후 미래형 클리닉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앞으로의 성과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