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이후 보건복지부와 의사협회가 갈등과 긴장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의협과 참여정부는 코드가 맞다?
최근 참여정부의 주요 보건의료정책이 시장경제원칙에 무게가 실리면서 의협의 주장과 맞아떨어지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렇다보니 보건복지부가 오히려 왕따를 당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영리법인 허용과 경제자유구역내 외국병원 정책이다.
정부는 8일 이해찬 국무총리 주재로 서비스산업 관계장관 회의를 열어 상반기중 영리법인 형태의 병원 설립을 제한하는 규제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의료서비스분야를 단순히 공공재적 성격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산업적 관점에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의료기관에 대한 자본참여 확대는 사회적 충격을 고려해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속도론에 난색을 드러내고 있다.
당장 8일 관계장관회의 결과가 나오자 복지부 일각에서는 “그것은 재정경제부의 생각”이란 불만이 표출됐다.
하지만 의협은 과거부터 영리법인의 의료기관 설립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복지부와 재경부는 지난해 경제자유구역내 외국병원의 내국인진료 허용을 놓고도 갈등을 표면화한 바 있다.
당시에도 의협은 큰 틀에서 재경부의 손을 들어줬고, 이는 정부가 경제자유구역법을 개정할 수 있는 결정적 명분으로 작용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신규 카피의약품을 시판하기 위해서는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의무적으로 통과하도록 하는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해 규제심사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의협은 이에 대해 강력 반대론을 폈고, 규제개혁위원회 행정사회분과위원회는 의협의 주장을 받아들여 관련 조항을 삭제하라고 권고하기에 이르렀다.
의약분업 이후 의료계의 말발이 전혀 먹히지 않던 시절과 비교하면 분명 상당한 변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