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한방의료기관의 의료기기 불법 사용을 포함해 전방위 압박을 계속하면서 보건복지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대한개원의협의회 산하 범의료 한방대책위원회(위원장 장동익)는 1, 2차에 걸쳐 한방의료기관 109곳이 현대의료기기를 불법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의료계가 의료일원화를 추진키로 하면서 의-한 갈등이 첨예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민원이 접수되자 복지부가 행정처분 의뢰건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9일 “민원이 접수된 만큼 어떤 방식으로든 처리해야 한다”면서도 “워낙 민감한 사안이어서 향후 방침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무심코 사용한 단어 하나 때문에 복지부는 상당한 곤혹을 치루기도 했다.
의협 대변인을 지낸 주수호(주수외외과의원) 원장은 최근 복지부에 양도락검사, 맥전도검사 등 현재 보험급여가 되고 있는 한방검사가 객관적인 검증절차를 거치고 있는지 복지부에 질의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양방과 한방을 불문하고 모든 의료행위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할지 여부는 소정의 법적 절차에 따라 결정된다”면서 “새로운 행위나 약제, 치료재료 등에 대한 안전성, 유효성 확인이 선행돼야 한다”고 답변했다.
여기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복지부가 “양도락검사나 맥전도검사 등은 전문평가위원회제도가 생기기 전에 보험급여가 결정됐지만 당시에도 한방원리나 ‘임상적 유용성’ 및 ‘양방과의 형평성’ 등을 충분히 고려했다”고 답변을 이어가자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주 원장의 재질의에서도 복지부는 안전성, 유효성이란 단어 대신 ‘임상적 유용성’이라고 표현한 것이 빌미가 됐다.
그러자 주 원장은 복지부가 유용성이란 단어를 사용한 것은 단순 실수가 아니며, 이는 한방검사를 보험적용할 때 유효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단지 유용한지 여부만 보고 결정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공개적으로 제기하고 나섰다.
주 전 대변인은 “의료일원화를 이루기 위한 전략 전술 중 무엇보다 단순하고 강력할 뿐만 아니라 의사의 정체성에도 가장 부합되는 것은 근거중심의학을 지향하자는 요구를 하는 것”이라면서 “한방검사의 유효성이 입증될 때까지 보험적용에서 제외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복지부 확인결과 이같은 의혹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복지부는 “의료행위와 약제, 치료기술은 양방, 한방을 불문하고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인돼야 한다”면서 “좀 더 설득력 있게 답변하기 위해 법정용어를 사용하지 않은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부는 어느 한쪽을 대변할 수 없다”면서 “요즘 같이 의료계와 한의계가 민감한 때에 편견을 가지고 접근하면 정말 피곤해진다”며 난처하다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