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김재정회장의 연이은 의쟁투 부활 발언은 여러 현안을 놓고 정부와 벌이고 있는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카드로 보인다.
아직까지 회원들을 투쟁의 장으로 이끌만한 뚜렷한 이슈가 없는데다 자신의 재판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집행부가 임기 초반이라는 점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를 근거로 의료계 일각에서는 의쟁투 부활에 대해 김 회장이 특유의 '립 서비브'를 하고 있다며 '역시 김재정은 정치적인 회장'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과거 의료계 투쟁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회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던 의쟁투 부활 가능성을 시사함으로써 회원들의 지지를 확실히 다지는 한편 정부를 압박하는 이중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후보 시절 “정부가 우리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옥살이가 아닌 죽음을 각오하겠다”며 “정부의 부당함에 맞서 투쟁하기 위해 전 회원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투쟁조직을 재건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회원들은 김 후보의 이같은 공약을 기억하고 있고, 회장이 된 그가 약속을 지킬 것으로 믿고 있다.
현재 의료계는 ▲ 처방전 2매 발행 처벌 ▲ 내부고발자 공익포상제 시행 여부 등이 현안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또 성분명처방에 대한 논란도 언제든지 다시 불거질 수 있는 시한폭탄이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의쟁투가 부활한다 해도 올해가 아닌 내년 총선을 앞둔 시기가 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처방전 문제는 복지부가 의료계의 주장을 받아들여 실무준비를 이달부터 시작한다 해도 관련 단체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닥칠 것이 뻔해 제정은 사실상 어렵다.
또 부패방지위원회의 내부고발자 공익포상제 권고안도 의료계와의 극한 대립을 우려하고 있는 복지부가 수용할지 여부도 미지수다.
김 회장이 정부와의 협상에서 유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또다른 이유가 된다.
그는 정부 정책중 합당한 것은 받아들이고 복지부를 설득할 수 있는 것은 설득해야 하며. 정부와 대화 없이 강경 일변도 투쟁은 실익이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의쟁투 중앙위원회는 당장이라도 구성할 수 있으나 의쟁투를 안건으로 현재까지 상임이사회에서 논의된 바는 없다”는 의협 한 관계자의 말이 이를 뒷받침 한다.
따라서 구 주류보다 상대적으로 더 개혁세력임을 자부하는 민주당 신주류가 독자 창당하여 내년 총선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는 시점이 가장 가능성이 많다.
개혁세력은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기도 한 성분명처방 등 의료현안에 대한 고강도 정책으로 드라이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의료계와 대결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