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 가입이 불가한 고혈압, 당뇨 환자들이 타인의 명의로 약을 타고 있어 문제제기 되고 있다.
내과의원의 한 개원의는 “얼마 전 고혈압, 당뇨 환자들이 생명보험에 가입하기 위해 자신의 명의가 아닌 타인의 명의로 약을 받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따로 실태조사를 벌인 적은 없지만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귀띔했다.
S생명보험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생명보험사 건강보험 상품 중에는 고혈압, 당뇨 환자들은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질환이라는 이유로 건강보험 가입이 제한돼 있다.
단 최근 병원 기록이 2~3년 동안 없었던 환자에 대해서는 가입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환자들은 이점을 이용, 기존에 당뇨로 약 처방을 받은 바 있지만 건강보험에 가입하기 위해 2~3년간 타인의 명의가 아닌 타인의 명의로 당뇨 약 처방을 받고 있는 것이다.
민간보험사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A의원 박모 원장은 얼마 전 황당한 일이 있었다.
박 원장 본인이 장기간 당뇨 처방전을 내렸던 환자가 몇 년쯤 뒤에 다시 찾아와 반가운 마음에 진료를 하려고 보니 당시의 환자 이력과 달랐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생명보험 가입을 위해 한동안 자신의 명의가 가족 중 다른 사람의 명의로 약 처방을 받고 있었던 것.
박 원장은 “고혈압이나 당뇨는 지속적으로 약을 복용해야 하기 때문에 환자들이 귀찮아서 타인의 명의로 받아가려고 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생명보험 가입을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민간 보험회사에서 가입조건을 너무 까다롭게 제한하고 있어서 빚어진 일”이라며 “고혈압과 당뇨 환자들을 제약하고 있는 가입 조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원가, “알면서도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어…”
B내과의원 김모 원장 또한 간혹 이런 환자가 있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어 지켜보고만 있다고 전했다.
김 원장은 “생보 가입 의사가 없는 사람이라도 나중에 보험 가입 여부 가능성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것이므로 타인에게 큰 부담을 주는 행위”라며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의원 입장에서 환자의 명의가 본인인지 일제히 검사할 수도 없고 우리가 처방을 하지 않더라고 그 환자는 결국 처방이 용이한 2,3차 진료기관을 찾아 처방을 받을 것”이라며 “결국 환자 유치를 해야 하는 의원입장에서 무조건 해줄 수 없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이에 대해 내과개원의협의회 장동익 회장은 “환자들이 작정하고 타인의 명의로 약을 타갈 생각으로 의원을 찾는다면 이를 막기는 힘들다”며 “개원의협의회 측의 입장에서도 이와 관련 개원의들에게 강력한 제지를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