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세 남자아이가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서 눈썹이 찢어졌습니다.”
불과 5~6년 전 만해도 “6세 보이가 스테어에서 컴다운해서 아이브로우가...”로 우리말과 영어가 혼재돼 있었지만 이제는 앞서 말했듯이 듣기도 말하기에도 편리한 우리말이 병원에서도 점차 사용되기 시작했다.
조사와 서술어는 우리말로 단어는 영어가 섞여져 우리말도 영어도 아닌 국적불문의 말이 주로 사용돼 왔다. 이는 의학용어가 한글표기화 돼 있지 못해 발생한 결과다.
이에 문제의식을 느낀 대한의사협회가 2001년도 의학용어집 4집을 발행하면서부터 의학용어 한글화 움직임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의대 교과서에도 한자어가 한글표기로 알기 쉽게 바뀌면서 이 교과서로 배운 의대생들이 병원으로 진출하면 한글 의학용어 확산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의협이 최근 발간한 필수의학용어집은 4집에 이은 4.5집으로 의학용어 한글표기를 활성화하는데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교과서도 한글용어...의대생 어느새 익숙해져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본과 4학년 김경은 씨는 “본과 1년 때 순우리말 교과서와 영어로 된 원서를 동시에 공부하느라 혼란스럽고 힘들었지만 이제는 한글 용어가 더 쉽게 이해된다”며 특히 나중에 환자들에게 설명을 할 때 보다 쉽게 이해시킬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두부, 수지 골절 등의 한자어가 머리, 손가락 등으로 한글 표기로 바뀌었고 의사국가시험도 교과서에서처럼 한글용어로 바뀌었다.
김씨에 따르면 초기에 학생들은 혼란스러워했지만 최근에는 교과서에서 한글용어가 등장하고 한글용어로 수업하는 교수님들이 늘고 있어 익숙해진 학생들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당장은 혼란 우려...10년 뒤를 생각하면 긍정적 변화
일각에서는 의학용어 한글화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S대학병원 한 전문의는 “요즘 들어오는 인턴, 레지던트들이 한글 용어에 익숙해 영어를 주로 사용하는 기존의 전문의들 사이에서 의사소통상에 어려움이 있다”며 “인턴들이 쓰는 용어를 듣고 나 또한 어리둥절했던 적인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글 교과서로 배워서인지 언어능력도 과거에 비해 떨어진 것 같고, 추후에 해외에서 영어로 논문 발표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문제제기했다.
서대문구에서 개원 2년째를 맞고 있는 김모 원장은 “만약 모든 의학용어를 순우리말로 표기한다면 혼란이 클 것”이라며 “우리가 공부할 때는 한자어나 영어로만 공부했는데 갑작스럽게 한글표기를 접한다면 학문적 충격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곧 김 원장은 “의학용어 한글 표기는 당장 이뤄지기 보다는 의학계에 세대교체가 되면서 10년 20년 뒤에 큰 변화를 가져올 거라 생각한다”며 “당장 나에게는 생소하지만 의사와 환자와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해준다는 점에서는 미래를 위해 충분히 명분이 있는 변화라고 본다”고 말을 이었다.
의학용어위원회 황건 위원장(인하의대 성형외과)은 “의대를 졸업한 70~80%이상이 우리나라 환자를 치료하게 되는데 왜 어려운 영어와 한자어로 된 의학용어를 써야하느냐”며 반문했다.
황 위원장은 “지금까지는 의사가 환자가 이해할 수 없는 영어로 환자에게 이질감을 느끼게 했지만 앞으로는 보다 쉽게 설명해 환자의 마음을 편하게 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