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행정법원이 항생제를 과다처방한 의료기관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관련 처방가이드라인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정부나 의학계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어 정작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한감염학회 관계자는 9일 “아직 국내에는 항생제와 관련된 처방 가이드라인이 없고, 외국 사례를 인용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어 우리 실정에 맞는 가이드라인을 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수년전부터 학회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근거중심의학 측면에서 항생제 처방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기 위해서는 전국적인 임상데이트와 환자군을 필요로 하고, 장기간 연구를 해야 하기 때문에 개별 학회 차원에서 시도하기에는 연구비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항생제를 사용하고 있는 진료과가 다양하기 때문에 처방가이드라인을 제정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심평원과 관련 학회, 전문가들이 모여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심평원 역시 항생제 처방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것이 시급하다는데 동의하고 있지만 의학계가 나서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심평원 관계자는 “개별 항생제 투여행위를 삭감하면서 발생하는 의료기관과 심평원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나서 항생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더라도 의학계가 수용하지 않으면 시행하기가 곤란하다”면서 “의학계가 자율적으로 항생제 처방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며 학회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심평원은 의료기관의 항생제 처방률을 상대평가하는 방식으로 적정성평가를 시행하고 있지만 약제별, 환자 중증도별, 의료기관 특성 등을 반영한 가이드라인은 부재하다.
이에 따라 항생제 처방가이드라인을 제정하지 않은 채 상대적으로 과다처방한 의료기관의 실명을 공개할 경우 상당한 갈등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