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종양내과와 외과간 항암제 처방권 갈등이 봉합될 것인가. 최근 복지부가 ‘항암제 사용기준’을 발표하면서 암 관련 전문의들에게 항암제를 협의해 사용할 것을 주문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9일 암환자에게 투여하는 약제 가운데 복지부장관이 고시한 약제(항암화학요법, 항구토제, 암성통증치료제)의 요양급여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을 고시했다.
복지부는 이날 항암화학요법의 일반원칙으로 ‘항암치료는 다양한 의학적 기술을 요하는 것으로, 관련 분야 의료진이 환자를 중심으로 다학제적 위원회(multi-disciplinary teams)를 구성, 진료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못 박았다.
암환자를 수술하는 외과와 혈액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가 자기 진료과 중심이 아니라 협진을 하라고 권고한 것이다.
또 항암제 사용기준을 통해 2군 항암제의 허가사항(효능 효과)을 초과하거나 2군 항암제간 새로운 병용요법을 적용해 처방 투여할 때에는 암 관련 전문의(외과, 혈액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등)가 참여하는 다학제적 위원회를 구성해 협의한 경우에 한해 암질환심의위원회의 사전승인을 받아 사용하도록 명시했다.
물론 2군 항암제는 제2상 임상시험 실시기관에 한해 사용할 수 있다.
이같은 복지부의 항암제 사용기준이 고시되자 내과와 외과가 미미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최근 발족한 한국임상암학회 한 교수는 10일 “복지부가 의료계의 항암제 처방권과 급여범위를 확대한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종양내과 전문의에 의해 처방되면 좋지만 비전문가들도 자유롭게 처방할 수 있다는 양면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비전문가, 특히 외과 전문의들이 항암제를 처방하는 것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어 양면의 칼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교수는 “항암화학요법 일반원칙으로 다학제적 위원회를 두도록 한 것은 혼자 진료하지 말고 각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협진을 하라는 것인데 이는 강제사항이 아니라 ‘추천’에 불과하다”면서 “실제 의료현장에서 이행될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반면 대장항문학회와 위암학회, 한국유방암학회 등 외과계가 주축을 이룬 임상종양연구학회는 외과 전문의 역시 항암제를 투여하도록 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임상종양연구학회 한 교수는 “개인적으로 임상시험중인 약은 종양내과 전문의 위주로 투여하는 것이 맞지만 임상시험이 끝나 효능효과가 검증된 약은 누가 쓰든 상관 없다”면서 “종양내과만 처방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논리에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5월 출범한 임상종양연구학회는 2007년 임상종양 인정의를 배출, 수술 뿐만 아니라 약물요법을 병행할 방침이어서 종양내과와 마찰을 빚고 있다.
이와 달리 복지부의 항암제 가이드라인이 관련 약제의 남용을 막을 것이란 긍정적 평가도 없지 않다.
임상암학회 소속 다른 교수는 “지금까지 식약청 허가를 받으면 누구든지 아무런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며 “다학제적 위원회가 제 기능을 발휘한다면 내부 모니터링을 할 수 있어 부작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앞으로 병원내 진료과간 협진체계가 제대로 정착되느냐가 종양내과와 외과의 항암제 갈등 양상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