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주의대가 교원 부족으로 공중보건의가 강의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의학교육 여건이 부실한 의대를 강력 징계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 주관하는 의대 인정평가에 관여하는 한 의대교수는 17일 “일부 국립 신설의대의 부실은 극에 달해 있다”면서 “사립의대 가운데 서남의대가 교육여건이 열악하다고 하지만 제주의대나 강원의대에 비하면 엄청 좋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사립의대는 개인이 설립하지만 역사가 짧은 국립의대는 정치적 판단에 따라 국가가 세운 것이어서 정해진 교육여건을 충족하라는 부대조건 자체가 없고, 정부가 투자를 게을리 하고 있다”면서 “특히 교수가 태부족해 외부인력에 의존해 강의를 해 나가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강원의대, 제주의대, 건국의대, 고신의대 등 4개의대는 2004년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 시행한 1주기 의대인정평가(2000~2004년)에서 교수인력 부족 등으로 ‘인정’ 등급을 받지 못하고 ‘조건부인정’을 받았다.
조건부인정이란 의평원이 의대 인정평가 영역인 교육목표 및 교육과정, 학생, 교수, 시설 및 설비, 행정 및 재정 등의 분야에 제시한 표준에 미치지 못할 때 내려지는 등급으로, 1년간 미비점을 개선한 후 재평가를 받도록 한 것이다.
이들 의대 이외에 서남의대는 2003년 의대인정평가에서 조건부인정을 받은데 이어 2004년 재평가에서도 조건부인정을 받아 사실상 불합격과 다름없는 불명예를 안았다.
의평원 의대인정평가 규정에 따르면 교육여건이 양호한 의대는 ‘인정’을, 재평가대상은 ‘조건부인정’을 주며, 재평가에서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인정유예’ 등급을 준다. 이런 점에서 서남의대가 2003년, 2004년 연속 ‘조건부인정’을 받은 것은 사상 초유의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특히 의평원이 재평가대상인 강원의대, 제주의대, 건국의대, 고신의대, 서남의대에 대한 평가를 최근 완료하고, 최종 등급을 심의하면서 또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재평가 결과 건국의대를 제외한 나머지 4개의대는 교육여건이 표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자 원칙대로 ‘인정유예’를 주자는 의견과 1주기 의대평가가 시범사업 성격이 있는 만큼 ‘인정’ 등급을 주고, 2주기평가에서부터 제대로 심사하자는 견해가 팽팽히 맞섰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의평원 의대인정평가단 운영위원회는 지난 3일 격론 끝에 건국의대에 대해서는 ‘인정’ 등급을 주되, 나머지 4개의대는 규정에도 없는 ‘인정에 준한다’는 등급을 부여하기로 결정하고, 최종 심의기구인 실행위원회에 13일 상정한 바 있다.
그러자 실행위원회는 ‘인정에 준한다’는 규정외 등급을 문제 삼아 운영위원회에 재심의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운영위는 내주 중 이들 4개의대 처리문제를 재논의한다.
주목한 대목은 의평원이 1주기평가에서 최소한의 기준을 각 의대에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남의대가 세번째, 제주의대와 고신의대, 강원의대가 두 번째 동일한 평가를 받았지만 아직까지 교육여건 부실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의대인정평가단의 상당수 위원들은 1주기평가가 시범사업이라 하더라도 부실의대에 대해서는 과감히 ‘인정유예’ 등급을 줘야 하며, 최소한 국립의대 부실문제만큼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의대인정평가단 관계자는 “교육여건이 미비한 의대에 과감하게 인정유예나 조건부인정을 내려야 학생들이 적정한 교육을 받을 수 있고, 대학이 발전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한편 제주의대는 교원을 채우지 못해 공중보건의가 강의에 참여하고 있으며, 의평원 의대평가에서도 교수 부족문제가 지적된 것으로 전해져 의평원이 일부 의대의 부실 운영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