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욕억제제 비만약, 처방해주세요."
신경정신과를 운영하는 김모 원장은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한 환자가 찾아오더니 다짜고짜 국내 모제약사의 향정 식욕억제제를 처방해달라고 요청한 것. 환자는 기간까지 12주를 정해, 처방을 요구했다.
그래서 상담을 하고, 경과에 따라 2주 단위로 처방을 하겠다고 하니, 환자는 '다른 병원은 다 해주는데, 여기만 안 해주냐'면서 화를 내고 가버렸다는 것이 김 원장의 말이다.
그는 "의사가 환자에게 무작정 처방해줄 수 있느냐"면서 "그러나 실제로 그렇게 처방해 주는 병원들이 있기에 환자가 요구한 것 아니겠냐"고 씁쓸해했다.
이같이 환자들이 특정제약사 약을 지칭하면서 처방해달라는 사례가 개원가에서 심심치 않게 목격되고 있다.
특히 웰빙 바람을 맞아 식욕억제제나 발기부전치료제와 같은 비급여 항목에 대한 요구가 많은 편이다. 일부 환자들은 김모 원장에 찾아온 환자처럼 약품의 수량까지 지정해 요구하기도 한다.
이에 대한 개원가의 대응도 다양하다. 김모 원장과 같이 일부 기간만 처방해주고, 다시 재처방 받기를 권유하는 경우가 대표적. 약을 처방해주되, 위험 요인을 가능한 제한하는 방법을 택한다는 것.
그러나 일부 병원들은 단골환자를 놓칠 수 없다는 이유 등을 들어 환자 요구대로 약품을 처방해 주기도 한다는 게 주변의 이야기다.
한 개원의는 "우리 병원에서 처방을 안 해주면 환자는 다른 병원에 가서 결국 약을 처방받는다"면서 "개원가가 경쟁상황에서 환자를 빼앗긴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