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사가 오랜만에 한 목소리를 냈다. 의약사를 마약사범으로 내모는 향정신성의약품을 별도관리해 규제를 완화하는 안에 모두 찬성하는 입장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28일 오전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의 주최로 열린 ‘의료용 향정신성 의약품 관리법안 제정을 위한 입법공청회’의 참석자 대부분은 향정신의약품의 별도 관리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것에는 총론적으로 찬성했고, 각론으로는 일부 의견을 달리했다.
발제와 함께 이번 법안제정에 관여한 이상돈 교수는 향정신의약품 관리에 있어, 의사와 약사에 대한 형벌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는 점, 의료용 마약류의 경우 형사사법의 통제망을 벗어나 의료적 적정이용을 가능케 해야 한다는 점, 마약류의 의료적 사용을 ‘최적화’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법안에서는 전속고발제도를 도입, 의약사의 마약류법 위반에 대해 마약의 사회적 확산에 기여하는 중대사건 외에는 보건당국의 고발이 있을 때만 수사기관이 수사를 개시하고 처벌가능토록 하고 있다.
또한 각종 보고의무의 위반, 유효기간경과제품의 사용, 등 미미한 제제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무면허 마약류 취급, 처방전 없는 투약 등에는 형사처벌 대신 과징금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특히 의약사 및 정부 등으로 구성된 관리위원회를 식약청 산하에 설치, 심의를 거쳐야 고발이 가능토록 이중안전장치도 마련했다. 또한 의약사는 단속원으로 채용해 자율 정화를 실시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현두륜 의협 법제이사는 “사소한 관리행위까지도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있는 현 마약류법을 개선하기 위해 의료용 향정신성의약품 관리법안을 별도로 제정하는 견해에 전적으로 찬성한다”고 밝혔다.
현 이사는 “그러나 의약사는 단속원으로 채용하는 문제는 사법경찰권의 직무를 부여하는 것이어서 법치행정의 원칙에 위반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자율정화를 위해서는 각 직역단체에 단속 및 징계에 관한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용천 한양의대 교수(신경정신과)는 “실제 향정신성의약품을 관리하는 입장에서 정말 불편하다. 보건소 직원이 나오면 환자보다도 약 하나라도 틀릴까 고민해야 하는 처지”라면서 이번 법안에 찬성했다. 박 교수는 의약사가 단속원이 돼 철저히 감시하는 것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박경호 서울약대 초빙교수는 “현행 마약류관리는 세부기준이 통일되지 않으며, 마약류의 손실 및 잔량관리 문제가 현실적으로 심각한데다 파손마약 보관과 폐기일자 준수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른다”면서 이번 법안에 긍정했다. 그는 특히 마약류 투약 관리시, 조제료 가산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의기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마약조직, 범죄 연구센터장은 향정신성의약품 별도관리에 대해 총론적으로는 찬성하지만 별도의 분리된 법안을 제정하는 것은 마약류 문제에 대한 접근에 일관성을 잃게 될 가능성이 있다며 기존의 법을 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식약청의 입장도 신의기 센터 연구장의 의견을 지지했다. 김형중 마약관리과장은 “향정신성의약품 취급자가 9가지가 있는데, 의약사만 규제를 완화하면 형평성 논란이 벌어질 것”이라면서 또한 “별도 법 제정보다는 벌칙만 별도 개정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서 박용천 교수가 “서로 갈등관계에 있던 의약사가 이번 향정약 관리 방안에 대한 공통의 목소리는 기회로 화합할 수 있는 계기가 됐었으면 좋겠다”고 말해 공청회 참석자들의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