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복 전 복지부 장관이 "한국은 이상한 약가제도로 인해 다국적 제약사들이 폭리를 취하는 노다지 시장"이라고 주장했다.
2002년 퇴임식장에서 "제약사의 로비로 경질됐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는 이 전장관의 이번 발언은 한미FTA협상과 관련 미국이 전제조건으로 국내의 약가재평가 제도의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미묘한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특히 <한겨레>는 6일 오전자 기사에서 정부가 미국의 압력에 의해 약가 재평가 개정안 도입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이태복 전 복지부 장관은 6일 오전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한미 FTA에서 약가재평가 제도에 대해서 정부가 양보해서는 안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전 장관은 재임시절 다국적제약사의 약값을 외국과 비교한 예를 들면서 “당시에도 1조4천억원이상 폭리를 취하는 구조였다"면서 ”신약의 경우 자국에서 가격을 내려도 국내에서는 비싸게 받으며, 국민소득이 3배가 높은 나라의 평균가를 인정하는 이상한 제도로 인해 한국이 황금캐는 노다지 시장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정부가 이번 약가재평가를 통해 500억원을 인하한 것과 관련, 당시 조사했던 것과 비교하면 1/10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폭리라는 것이 맞다면 약값을 내려야 한다"면서 "암 등 보장성 강화에 따라 다국적사의 점유율은 계속 확대될 것인데 약값 거품을 제거하고 정상적인 시장질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추진하지 않으면 구조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제약시장이 100% 개방되면 조만간 다국적사들이 한국시장을 거의 장악할 것"이라면서 "한국 제약산업은 국제경쟁력이 없어 개방을 하면 의약품 분야에 관한한 얻을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을 세워 납득할 수 있는 제도를 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장관은 FTA 협상과 관련 "정부가 협상에 들어가기도 전에 4대 전제조건(스크린쿼터, 약가재평가 포기, 쇠고기 수입재개, 배출가스기준 강화방침 취소)을 들어준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면서 "다른 이면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도 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한미 FTA 협상을 통해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주장이 너무 막연하다"면서 "정부는 손해보는 협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