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 직후 신생아에게 뇌성마비가 발생한 경우 의료기관의 책임을 물어 고액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잇따르자 의료계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와 대한개원산부인과의사회는 최근 ‘뇌성마비의 원인 고찰 및 법적 사회적 책임’ 토론회를 열어 최근 판례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서울아산병원 김기수(소아과, 대한신생아학회 학술위원장)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뇌성마비가 분만과정과 저산소 허혈성 뇌병증 합병증으로 발생할 확률은 전체의 10% 이하”라면서 “이는 뇌성마비 원인 중 분만에 의한 부분이 극히 미비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전종관(산부인과) 교수는 “뇌성마비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며, 분만하기 오래전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상당수”라면서 “뇌성마비를 국내 산부인과의사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모산부인과는 자연분만 후 신생아 뇌성마비가 발생해 1억7500만원을 배상한 바 있으며, 최근 서울의 한 의료기관도 신생아 뇌성마비에 대한 의료소송에서 패소해 2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온산부인과의원 심상덕(개원산부인과의사회 학술이사) 원장은 “뇌성마비 발생 원인을 일방적으로 산부인과의사들에게 묻는 추세와 고액 배상 판결은 가득이나 낮은 분만수가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원의들에게 불안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인합동법률사무소 전병남 변호사는 “뇌성마비의 원인이 명백하면 문제가 없지만 분만 직전까지 산모와 태아에게 별다른 이상이 없었는데 분만후 뇌성마비로 판명되는 경우가 문제”라면서 “의료분쟁에 대비해 평소 태아 심박동수, 분만후 자궁내 감염 등을 철저하게 검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제발표 이후 열린 토론회에서는 산부인과 이외에 다른 진료과와의 협조, 보다 체계적인 분만과정 기록, 현실적인 분만수가 반영 등이 집중 논의됐다.
고대 안암병원 강재성(산부인과) 교수는 “뇌성마비의 원인이 여러 가지가 있다는 것을 각 대학에서 소아과 전공의 수련평가 프로그램에 반영하고, 환자, 보호자와 1차적인 상담을 하는 소아과 의사가 이러한 점을 면밀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기철 산부인과원장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 고액 배상을 감수하고서도 분만하는 것은 보험료가 보전해주고 있기 때문”이라며 수가인상을 촉구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