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직원들의 의료기관에 대한 현장 조사를 ‘월권적인 강제적 조사행위’로 봐야하는지, 건보법이 보장하는 ‘징수권에 포함되는 임의적 조사권한’으로 봐야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국감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6일 국감에서 결국 이에 대한 양측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법제처에 유권해석 의뢰를 요구하는 등 공단의 의료기관 현장확인 문제가 남은 국정감사 기간동안 핵심적 쟁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부당청구냐, 부당환수냐 = 논란의 불씨는 지난 6월 보건복지부가 공단 도봉지사 감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모 직원이 관할 구역 내 의원 3곳의 급여비를 불법적으로 환수했다는 사실을 발견, 공단측에 해당 직원의 징계를 요구하면서 부터다.
유시민 의원이 공개한 복지부의 징계요구서에 따르면 ▲도봉지사 직원이 의료기관을 협박 공갈해서 자인서 서명을 강요했으며 ▲일부 확인된 부당청구 금액을 해당 기간전체에 걸쳐 환수조치했으며 ▲복지부에 실사를 의뢰하지 않고 부당이득금만 환수고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성재 이사장은 6일 국정감사에서 “자체적으로 해당 직원을 불러 조사한 결과 직원은 어떠한 강압적인 조사행위도 하지 않았으며 의료기관에서 스스로 부당청구 사실을 자인했다고 증언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의료기관의 주장과 직원의 주장이 이렇게 다른 상황에서 어떤 제3의 객관적 증거가 없는데, 직원을 징계하라는 복지부의 요구는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징계할 뜻이 없음을 공개적으로 시사했다.
◆강제조사냐, 임의조사냐 =그러나 논쟁은 도봉지사 사건에 그치지 않고 ‘공단의 현장 확인 절차’ 자체가 합법적인지 여부에 대한 법리적 논란으로 확대됐다.
이원형 의원은 “공단과 의료기관은 어디까지나 보험사와 가입자 같은 수평적 관계이기 때문에, 공단은 단지 심평원의 지적사항대로 환수하거나 서류상 발견된 문제에 대해서는 복지부에 의뢰하면 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공단은 현지 조사권이나 실사권은 없으며 징수권만 있을 따름이며 법률이 보장하고 있지 않은 현장 확인을 규정하고 있는 공단 정관은 위법 사항으로서 당장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성재 이사장은 “심평원은 진료내역의 ‘적정성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고, 공단은 진료내역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으로 역할이 분담돼 있다”고 밝히면서 "분명 공단은 징수권만을 가지지만 그 징수권 안에는 부정청구액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부당청구액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현장 확인이 불가피하며,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현장 확인은 복지부 실사처럼 강제성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임의적 조사에 불과하므로 법리상 충분히 허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유시민 의원 역시 "부당청구가 의심되는 의료기관 모두를 복지부의 인력만으로 실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함"을 지적하면서, "지금까지 계속해오던 환수활동에 대해 복지부가 문제삼는 것은 부당청구를 환수하지 말라는 이야기와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공단이 현장 확인을 통해 징수한다고 해도 그것이 복지부의 실사권을 배제하거나 침해하는 것이 아님"을 지적했다.
◆향후 국감 핵심 쟁점화 전망 = 결국 양측은 공단의 급여비 환수를 위한 현장 확인이 복지부 실사권을 월권적으로 행사하고 있는 ‘강제적 조사행위’인지, 아니면 건강보험법이 보장하는 공단의 징수권에 포함되는 ‘임의적 조사권한’으로 봐야하는지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유시민 의원은 결국 이에 대해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의뢰하라"고 복지부에 요구했고, 반대측의 이원형 의원 역시 법제처 유권해석 결과에 따라 조치하라는 견해를 내놔,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또 유시민 의원은 이 문제를 다시한번 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다루겠다고 밝혀, 남은 국정감사 기간 동안 공단의 의료기관 현장확인 절차를 둘러싼 뜨거운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