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 개칭 논란을 보는 개원가의 두 시각|'소아청소년과'의 명칭변경을 두고 내과와 소아과의 다툼이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낮은 출산율 등으로 인해 환자가 급격히 감소한 소아과는 '청소년'을 적극 끌어안으려고 하며, 내과는 이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논란의 중심에는 개원가의 경영난이 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메디칼타임즈>는 명칭변경을 두고 벌어진 '내과', '소아과'의 갈등에 대해 실제 개원가를 방문해 목소리를 들었다.
서울 서초구의 A소아과.
진료과목에 '내과'를 표기하지 않으며 소아비만과 같은 비급여 진료도 하지 않는 그저 평범한 동네 소아과이다.
60대가 훌쩍 넘은 노인이 소아 손을 잡고 들어온다. "노인환자도 소아과에서 치료 받구나"라고 했는데, 손자를 치료하기 위해 온 할머니였다.
박모 원장은 "소아외의 환자는 거의 오지 않는다"면서 "가끔 아이 치료받으러 온 엄마들이 감기약 같이 지어달라는 경우가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환자는 뜸했다. 출산율이 낮은 서초구라서 그런지 가장 붐빌 시간인 금요일 오전임에도 어머니의 손을 잡고 병원을 찾는 소아 환자의 발길은 드물었다.
박 원장은 "소아 환자의 급감이 뚜렷하다"면서 "비만이나 다른 비급여 진료영역을 하는 것도 막대한 자본 없이는 불가한 일이라 아예 포기하고 산다"고 설명했다.
논란의 중심인 청소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 병원의 경우 아래 층의 내과가(건물주) 고등학생까지는 소아과로 올려 보내준다고 했다. 그러나 환자가 많은 것은 아니다.
박모 원장은 "청소년은 학교다니기 때문에 평소에는 오지 않는다. 방학에야 조금 오는데, 많지는 않다"면서 "청소년이 처음에는 소아과 치료를 어색해 한다"고 말했다. 사실 소아과의 인테리어는 '코흘리개 아이'에 적합하다.
그래서 그는 소아과의 원래 진료영역인 청소년까지 다루기 위해서는 소아청소년과로의 명칭변경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소년들 소아과진료 어색해 해
서울 서초구의 B내과. 이 병원도 '정통 내과'만을 표방하고 있다.
월요일 오후 시간이어서 그런지 환자가 별로 없다. 한 시간동안 노인 환자 두어명이 전부다. 김모 원장은 "그럭저럭 병원만 운영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역시 청소년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김 원장은 청소년들은 별로 오지 않는다고 했다. 환자 자체가 많지 않을 뿐더러 공부하느라 올 시간이 없다는 것. 소아과 박모 원장의 말과 같다.
김 원장은 소아과의 '소아청소년과'로의 개명에 대해서는 적극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졸렬하다'는 말까지 꺼냈다. 반면 소아과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고도 했다.
그는 "어짜피 과 영역이 다 무너져서 다른 과들이 다 내과 영역을 잡아 먹고 하고 있다"면서 "그런 상황에서 개명까지 해서 영역을 가져가겠다는 것은 너무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도 그럴것이 내과의 영역은 이미 대부분의 과에서 표방하는 영역이 되어 버린지 오래. 그는 "진료과목에 내과를 표방하는 것 까지는 얼마든지 하라"면서 "그러나 명칭변경을 하는 것은 안된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내과의사회가 '중립'을 선언했다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해서는 김 원장도 속 시원하게 대답하지 못했다. 이번 논란에서 내과가 가진 약점이기도 하다.
명칭변경을 두고 벌어지고 있는 내과와 소아과의 갈등은 민초의사의 정서에서부터 심각한 괴리를 갖고 있는 것 같다. 그 만큼 어떠한 결론에 이르듯 심각한 휴우증도 불가피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