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와 같은 의료분쟁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한 법 제정 움직임이 사실상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정반대의 입장을 담은 두 개의 의료사고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논의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 그간 의료사고 법안과 관련한 논쟁들이 다시금 재연되어야 할 상황이다.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보건복지위)은 지난 26일 '보건의료분쟁의 조정 등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은 이기우 의원이 이미 발의한 '의료사고 예방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안'과 일부분을 제외하고는 핵심쟁점에서 의견이 상반된다.
두 의원의 안은 종합보험가입 등을 전제로 의사 형사처벌에 대한 특례를 주고 있다는 점,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해 국가가 보상한다는 점에서는 유사하다.
하지만 이기우 의원안은 의료분쟁위원회의 조정 중에서도 소송을 제기하는 임의적 조정전치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반면, 안명옥 의원의 안은 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필요적 조정전치주의를 따르고 있다.
의료사고의 입증에 관해서도 이기우 의원은 대법원 판례에 비추어 의료진이 의료사고의 무과실을 입증해야 한다고 한데 반해, 안명옥 의원의 안은 해당 피해자가 입증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이기우 의원안은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인데, 안명옥 의원안이 제출된 이상 국회는 두 법안을 가지고 병합심리를 하게 된다.
특히 이기우, 안명옥 의원 모두가 법안심사소위 위원이어서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그러나 두 안이 의료사고에 대한 개념부터 다시 논의해야 할 만큼 입장차가 크기 때문에 조율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관계자는 "두 법안의 입장차가 분명한 만큼 법안심사소위에서 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논의가 중단되고 법안이 보류되다 결국 의료사고 관련 법안이 폐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안명옥 의원의 법안과 관련 시민단체들은 "국민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의료계의 이익에만 철저히 부합하는 법안을 제출했다"면서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후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