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대형병원의 암센터 확충에 이어 지방 국립대병원의 지역암센터 지정에 대해 사립대병원들의 불만과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한국임상암학회는 지난 17일 ‘대형 암센터 건립과 암환자 진료환경의 변화’를 주제로 서울지역 5개 대형병원의 암센터 건립 계획를 중심으로 토론을 벌였다.
이날 가톨릭의대 가톨릭암센터 홍영선 소장은 2009년 5월 강남성모병원 새병원이 진료에 들어가면 2층을 암센터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홍영선 소장은 병원계의 환경변화에 위기감을 느꼈고, 대안으로 암센터 설립 계획을 마련했다고 말해 관심을 모았다.
홍 소장은 “가톨릭중앙의료원은 입원 암환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암환자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둔화되고 있으며, 병원은 노후화됐다”면서 “이런 와중에 다른 대형병원들은 특급호텔급인데 우리는 모텔 수준이라는 자괴감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홍 소장에 따르면 암환자 증가율은 2002년을 기준으로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이 7% 가량 증가한데 반해 가톨릭중앙의료원 성모병원과 강남성모병원은 1.5%에 지나지 않았다.
또 홍 소장은 “이 때문에 새 병원을 건립하기로 했고, 자연스럽게 암센터를 두기로 결정했다”며 “암환자를 제대로 진료하지 않으면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연세의료원 연세암센터 김귀언 소장은 2009년 10월 360병상 규모의 암센터를 개원해 15개 암 질환별 팀 진료체제를 갖춰 동아시아 암센터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서울아산병원 암센터 남주현 소장은 “2008년 신관 건립이 마무리되면 서관을 암센터로 개조해 운영할 방침”이라면서 “이를 위해 동관 외래 한쪽을 통합진료실로 개조해 시범운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주인욱 삼성암센터 설립기획단장은 “신규 암환자가 증가하고, 진료 대기가 장기화됨에 따라 암센터 건립을 기획했다”면서 “2008년 개원하는 암센터는 612병상을 갖출 예정이며, 현재 우수 의료진 20명을 확보했고, 앞으로 외국 유명 의료진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날 국립암센터 폐암센터 김흥태 박사도 센터 운영현황과 향후 계획을 소개했다.
이에 대해 학술대회 참석자들은 질의를 통해 서울지역 대형병원의 암센터 대형화와 보건복지부의 국립대병원 지역암센터 지정 문제를 집중적으로 따졌다.
한 참석자는 “보건복지부가 국가 암을 관리하기 위해 국립대병원에 지역암센터를 지정한다고 하는데 사립대병원의 암환자는 국가암에 포함되지 않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가톨릭암센터 홍영선 소장은 더욱 강경하게 지역암센터 지정을 비판했다.
홍 소장은 “지역암센터로 지정된 9개 국립대병원의 영향력이 증대되고 있으며, 지정 여부가 환자 신뢰도에 큰 영향을 주고 있고, 동일한 지역에서 국립대병원이 지정되면 그렇지 않은 사립대병원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 의료에서 국립대병원의 역할은 미미했는데 이제 와서 이들 병원만 지원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며 “사립의대학장협의회에서 공식 항의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참석자는 “서울지역 대형병원들이 대형 암센터를 건립하는 것은 암 유병률이 증가하고, 조기암 발견으로 입원환자가 늘었기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환자 본인부담 감소와 PET 등의 급여화, 퇴원 기피로 인한 장기입원환자 증가 등으로 환자 증가에도 불구하고 진료수입이 증가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암센터 대형화보다 내실있게 잘 관리할 수 있는 규모를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지정토론에 나선 경희의료원 암센터 김시영 소장은 “대형암센터들이 통합진료를 하겠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대안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어 잘 이뤄질지 의문”이라면서 “지역암센터 지정에 대해 인근 병원의 걱정이 많다”는 의견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