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의 과실로 후유증을 입은 환자가 이를 비관해 자살에 이르렀다하더라도 의료진에게 환자의 자살책임을 묻는 것은 과중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북부지법 민사12부는 디스크 수술중 의사의 과실로 일어난 마비증후군과 발기부전을 비관해 자신의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한 환자의 가족들이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의료사고 피해자의 자살과 의료사고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사고로 인한 정신적·육체적 후유장해가 매우 중대해 폐인과 마찬가지 상태이거나 고통이 극심해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수긍할 수 있는 상황이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돼야 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환자의 경우 양쪽 다리의 감각이 저하되어 있었고 발기가 불가능하게돼 정신적·육체적으로 상당한 고통을 받고 있었음은 인정되지만 이 사실 하나만으로 살아갈 희망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추정할수는 없다"며 "또한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음으로 의료사고와 자살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환자의 수술 후유증의 경우 여러 정황과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병원과 의료진의 과실이 있었다고 보여짐으로 병원은 환자의 수입 상실 부분에 대해 환자의 가족들에게 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1억2000여만원의 배상책임을 부여했다.
한편 환자 최 씨의 유족들은 최씨가 디스크 교정을 위해 후방감압술과 유합술 수술을 받던 중 의사의 과실로 경막이 파열돼 그로 인한 신경손상으로 마비증후군과 발기부전이 발생, 이를 비관해 자살하자 이에 대한 병원의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