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1개 의과대학은 매년 3300명의 의사를 배출하면서 진료의 파수꾼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여기에는 이들을 양성하고 연구와 진료로 한국 의학계를 이끌어 나가야 하는 중요한 책임감을 지고 있는 ‘교수’라는 직함이 있다. 교수들은 의사들의 태생에서 성장과 고령, 재창조라는 의료계 사이클의 가장 핵심 동력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이같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혈연과 지연으로 귀결되고 있는 현 교수 임용제도는 대학과 개인 발전을 위해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메디칼타임즈는 창간 3년을 맞아 의과대학 교수인사 제도를 진단하고 향후 발전방안을 고민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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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교수 임용제도의 현 실태
②혈통-혼혈주의 엇갈린 ‘명암’ ③개선점 및 발전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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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임용제도의 새로운 개선안으로 최근 급부상중인 방안은 교수 트랙의 다변화이다.
그동안 의대교수는 교육, 연구와 더불어 외래와 수술이 포함된 '진료'라는 타 단과대학 교수와 다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수 십년 전부터 전세계 의학계는 급속한 의료환경 변화로 경쟁력을 배가시키기 위해서 ‘선택과 집중’으로 명명되는 교수제도의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따라서 진료 전담교수와 연구·교육 전담교수 등의 트랙별 교수채용 방안이 현재 혈연주의의 구태를 벗어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1980년대부터 의대 교수에게 교육적 책무성을 강조하면서 연구와 임상의 계열화와 경력경로 시스템을 운영하는 방안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등 선진국 업적중심 교수임용
하버드대학의 경우, laboratory investigator(실험 연구교수)와 clinical investigator(임상 연구교수)로 △존스 홉킨스대학:clinical educator(임상 교육교수), clinical/research educator(임상·연구 교육교수), research educator(연구 교육교수)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또한 △미시간대학:instructional track(교육 전담교수), research track(연구 전담교수), clinical track(임상 전담교수) △위스컨신대학:traditional path(전통방식 교수), clinician educator path(임상 교육교수), research path(연구교수) 등도 교수 역할을 구분하고 있는 상태이다.
미국 대학의 교수임용은 본교와 타교를 구분하는 한국과 달리 연구업적을 중시하는 객관적 자료를 근거로 이뤄지고 있다.
이와 관련 서울대병원 한 교수는 “미국 대학병원은 교수 임용이나 보직결정시 본교, 타교는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얼마나 연구를 했는가, 보직자로서 얼마나 많은 연구비를 조달할 수 있는가라는데 초점이 맞춰진다”며 과거 미국 연수시 경험한 대학병원의 임용제도를 설명했다.
본교를 우대하고 타교를 배척하는 현 교수제고의 올바른 개선을 위해서는 대학간 교류를 위한 불신을 없애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서울의대에 타교 출신 교수가 임용되더라도 교수사회에서 채용교수에 대한 상호간의 신뢰가 없다면 예전처럼 타교에서 서울의대 출신자를 선발하는 일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란 의미이다.
대학간 상호신뢰 과도기 전환점 될 듯
과도기적인 지점에서 의무적으로 타교 출신을 임용해야 한다는 규정과 관련, 일부 대학의 교수들은 역차별이라며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으나 업적위주의 인사를 전제한다면 올바른 방향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몇 몇 국립대와 사립대를 중심으로 굳어져가는 혈통주의를 시정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대책마련이 부재하다는데 있다.
올해부터 시작된 대학별 교수 임용조사도 사실상 형식에 그치는 선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보여, 본교출신이 90%가 넘는 국립대와 사립대는 제식구 감싸기식 인사를 아무런 제약없이 지속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연세의대 의학교육학과 전우택 교수는 “교수 승진이나 재임용시 미국은 점수가 아닌 질 평가를 강조하고 있다”며 “교수 트랙의 다변화와 대학간 교류가 학연과 지연중심의 인사제도에 새로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의대생을 교육하며 한국 의학계를 선도하는 교수사회가 과거의 폐쇄적 인습과 관행에서 탈피하지 못한채 21세기를 지속한다면 허울적인 권위의식만 높아질 뿐 진료와 연구 발전은 우물안 신세를 면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섞인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