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식수술로 인한 치명적인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하더라도 의사가 사전에 설명하지 않았다면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방법원은 라식수술을 받고 오른쪽 눈이 실명된 원고가 피고인 안과 전문의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해 최근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원고는 2004년 11월 피고인 안과 전문의로부터 라식수술을 받은 후 눈이 시리고 눈물이 나자 다시 내원하자 B병원으로 원고를 전원시켰다.
B병원 최모 안과교수는 원고를 진단한 결과 미만성층판각막염 의증으로 잠정 진단한 후 세균배양검사를 시행하고 항생제 세척과 항생제와 스테로이드를 점안 처치했다. 진균검사에서 진균은 검출되지 않았다.
이후 원고는 증상이 호전되는 듯했지만 갑자기 심해졌고,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다. 그러자 B병원은 환자를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전원 했지만 당시 환자는 이미 실명상태였다.
세브란스병원 배양검사에서 진균의 의증인 Fusarium이 배양돼 진균이 우안 각막염 원인균으로 판명됐다.
이에 대해 법원은 안과 전문의 A씨가 라식수술전 원고에게 수술방법, 필요성, 예후, 안구건조증과 야간근시 등 수술 부작용에 대해 설명한 사실을 인정했지만 수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미만성층판각막염이나 세균 또는 진균 감염에 의한 각막염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진균에 의한 각막염은 발견도 어렵고, 치료도 매우 곤란할 뿐 아니라 예후 또한 매우 불량해 환자는 이러한 위험에 관해 충분한 설명을 들은 후 치료 승낙여부를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법원은 “의사는 라식수술을 받고자 하는 환자가 충분한 설명을 듣고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설명할 의무가 있으며, 라식수술후 진균성 각막염이 발생할 빈도가 매우 희소하다는 사정만으로 이런 내용이 설명의무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고 못 박았다.
이에 따라 법원은 안과전문의 A씨는 피고에게 7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통상적으로 안과 의사들이 라식수술을 할 때 눈번짐이나 야간시력 저하 등의 부작용만 설명할 뿐 수술후 발생할 수 있는 감염성과 비감염성 각막염 등에 대해서는 설명을 소홀히 하고 있는 게 의료계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법원은 “의료 현실을 무시하고 의사의 설명의무 범위를 과도하게 확장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지만 치명적 위험에 대해 개략적인 설명조차 하지 않는 경우 발생빈도가 낮다는 사정만으로 설명의무 위반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