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이 마비성 장폐색 환자의 수술 시기를 놓쳐 저산소성 뇌손상에 이르게 했다면 일부 과실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방법원은 최근 환자 주모 씨의 가족 3명이 모의료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해 이같이 판결했다.
주모 씨는 2004년 9월 14일 복부팽만, 복부통증, 변비 등의 증상으로 피고 병원에 입원했으며, 이 증상은 장내 변이 덩어리를 이루어 진행을 막고 있는 분변매복으로 인한 것이었다.
원고인 주 씨는 입원한 다음날부터 계속 복부통증을 호소했고, 빈맥과 고열이 계속되자 병원은 진통제 주사 투여와 얼음주머니 찜질 등의 조치를 취했고, 장내 변의 통과를 위해 내과적 치료를 계속하다가 경과의 호전이 없을 때 결장절제술과 같은 응급수술을 시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주 씨는 38℃를 넘나드는 고열이 계속되었고, 맥박도 분당 120~150회를 넘는 빈맥상태에 있다가 17일 23시경 갑자기 혈압이 50℃이하로 떨어지고 맥박수가 분당 170~180회까지 상승했으며, 호흡곤란, 청색증이 나타나는 등 패혈성 쇼크상태 및 반혼수 상태에 이르렀다.
그러자 병원은 응급수술로 결장절제술을 시행하기로 결정하고 18일 새벽 1시경 결장절제술과 회장루형성술을 시행했지만 주 씨는 수술직후 심정지에 이르렀고, 심폐소생술로 심박동이 회복되었지만 결국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고 지속적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
주 씨의 가족들은 병원이 수술적인 치료(최소한 시험적 개복술)를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항생제 투여나 얼음주머니 찜질과 같은 통상적인 조치만을 취하다가 수술 시점을 놓쳐 저산소성 뇌손상에 이르게 되었다며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주 씨의 활력징후가 좋지 않았고, 계속 복부통증을 호소했던 점, 병원이 내과적 치료를 하다가도 주 씨의 상태에 비춰 장괴사나 복막염 등을 염려해 수술적 치료 내지 시험적 개복술을 고려해야 했다고 결론 내렸다.
법원은 “주 씨가 복막염 등으로 인한 패혈성쇼크 및 반혼수 상태에 이르게 돼서야 응급수술을 시행, 주 씨가 기관내 삽관을 한 상태에서 수술을 받게 한 점 등을 고려하면 병원 의사들이 신속하게 수술 결정을 하지 못해 적절한 수술 시기를 놓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법원은 마비성 장폐색의 경우 1차적으로 내과적 치료를 하다가 경과호전이 없을 때 수술적 치료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외과적 수술을 좀 더 빨리 했더라도 합병증을 반드시 막을 수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등을 들어 병원 책임 범위를 40%로 제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