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장남 정연씨를 '인간미이라'라고 표현하며 병역면제 논란에 불을 지폈던 연이산부인과 김창규 원장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서울지법 형사합의 23부(부장판사 김병운)는 23일 김 원장의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위반혐의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유죄가 인정된다며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가 산부인과의사로서 인체 해부에 전문가라 볼 수 없고 책 내용도 일부 의학서적과 단편적 지식을 바탕으로 해 깊이있는 자료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자료로 제출한 외국학자들의 답신 역시 '경험한 적 없음', '영양실조로 사료' 등으로 100% 있을 수 없는 사례라는 취지의 답신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인간 미이라'라는 표현이 부정적 표현으로 이회창 후보를 비난하고 책의 내용에 '원정출산'과 같은 의학적 지식과는 무관한 내용을 담아 의학적 평가 차원이 아닌 도덕적으로 이 후보의 이미지를 훼손시켜 낙선시키려는 의도로 유죄로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창규 원장은 "전세계 의사와 카톨릭의대 해부학 교수의 증언에도 불구하고 의학적 사실을 정치적으로 판결했다"며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원장은 "의과대만 나오면 누구나 해부학적으로 179cm에 49kg가 불가능하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하고 "원정 출산 등을 다룬 것은 한국사회의 병리적 소견을 밝힌 것으로 비방하려는 의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 박사는 얼마전 언론에 보도된 레슬링 선수의 비유를 들며 158cm 58kg의 선수가 49kg로 감량하다 사망한 사실을 예로 들었다.
재판과정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2심으로 판결을 유보하는 정치적 결정"이라고 주장했고 한 의사는 "의사가 의학적 소견을 밝히는 게 죄가 되느냐"고 했다.
의료인이 의료관계법이나 형법 중 의료에 관계되는 사안으로 실형을 받을 경우 면허가 박탈되지만 김창규 박사는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항이기에 면허는 유지된다.
한편 이날 선고 공판은 주요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끌면서 지난 대선결과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이 사건의 관심도를 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