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로 실려오는 심장마비 환자 대부분은 의료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심폐소생술과 전기충격 시술 과정 중 사망하고 있다. 현재 심폐정지 질환의 국내 생존율은 5~7% 정도로 응급의료 체계가 잘 갖춰진 선진국인 15%에 비해 월등히 낮은 수치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2002년 국내 의공학자에 의해 개발된 체외생명보조장치(T-PLS)가 병원과 정부의 무관심으로 사장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메디칼타임즈는 응급환자에 대비한 국산기술력의 필요성과 향후 전망을 제시해본다. -편집자주-
한국이 개발한 체외생명보조장치(T-PLS)는 현재 네덜란드 메스트릭스 대학병원에 임상시험중인 상태이다.
메스트릭스 대학병원 흉부외과와 생리학 연구팀이 공동시험에 참가중인 T-PLS 시험은 응급실 외에도 흉부외과 수술까지 확대 적용되고 있다.
개발자인 민병구 교수에 따르면, T-PLS는 박동형이기 때문에 펄스로 인한 문제점이 양상되지 않아 머리손상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네덜란드 연구팀의 중간결과가 속속 제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미 유럽심장학회지에 동물실험 결과를 발표한 바 있는 네덜란드 연구팀은 빠르면 내년 4월경 T-PLS 임상결과를 정리한 논문을 유럽심장학회에 발표할 예정이다.
최종결과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아 속단하기는 이르나 한국 기술력에 의한 응급환자의 획기적인 임상효용성이 입증되면, 유럽 모든 의료기관 수술실과 응급실에 한국 의료기기가 보급되는 전기가 마련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미 중국에는 T-PLS가 수출된 상태로 1대당 6만불하는 장비가 올해 5대 중국 현지병원에서 가동중인 상황로 점차 한국 체외생명보조장치에 대한 전세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장비의 이같은 관심에는 선진국의 비슷한 장비들과 비교해 수술실에 비치된 큰 규모의 전문인력을 필요로 한 고가장비라는 특성과 달리, 응급실을 비롯한 어느 곳이든 이동가능하며 훈련만으로 간호사도 사용 가능한 저렴한 자동박동형 이라는 장점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
이와 달리 한국은 아직 국산장비에 대한 거부감과 응급의료의 열악한 환경이 결합되면서 촌각을 다투는 응급환자의 생존율을 ‘나몰라라’하는 모습이다.
심폐소생술과 전기충격 한계 인식해야
T-PLS 사용한 예를 보면 장비의 필요성이 명백히 느껴진다.
서울대병원 응급실의 경우, 협심증 환자(남, 53)로 심장 정지로 위급한 상황에 처했으나 장비 적용으로 96시간 생명을 연장한 했으며 제조제를 복용한 환자(여, 33)의 경우 멎은 심장을 T-PLS로 다시 뛰게끔 만들었다.
또한 독버섯 복용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남, 57)는 T-PLS로 생명유지를 지속적으로 했으나 악화된 간 회복을 위한 이식자를 찾지 못해 끝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민병구 교수는 “선진국 수준의 응급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엄청난 예산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며 “이같은 장비 사용으로 선진국을 능가하는 소생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실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 교수는 “심폐소생술과 전기충격 등 기존 방식으로는 심장마비와 폐질환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국민의 생명을 위한 응급의료 시스템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응급환자를 위한 정부의 발빠른 대책을 주문했다.
현재 응급의료에 사용되는 예산은 연간 500억원으로 이중 응급의료 체계구축에 340억원이 사용되며 이중 270억원이 의료기관에 포괄적으로 지급되고 있으나 149개 기관에 146억원이 순수 지급돼 결국, 1개 기관당 1억원 미만의 응급의료 지원비가 차등 집행되는 미비한 예산지원에 머물고 있다.
T-PLS의 의료기관 적용과 관련, 복지부 의료자원팀 한 사무관은 “T-PLS를 듣지 못해 어떤 용도의 의료기기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말하고 “잦은 인사이동으로 정확한 정책은 알 수 없으나 체외생명보조장치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은 수립된 것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책임부서임에도 불구하고 전문성에 대한 취약성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