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한방 협진과 한의학의 과학화, 세계화는 성공할 것인가. 교육인적자원부가 부산대를 한의학전문대학원(이하 한전원) 설립 대학으로 최종 결정함에 따라 2008년부터 시작될 새로운 실험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15일 국립 한전원 설립 대학으로 부산대를 최종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국립 한전원의 설립 취지는 이미 교육부가 발표한대로 기존의 11개 사립 한의대가 담당하고 있는 임상 중심의 한의학 인력 양성에서 탈피해 한의학의 과학화, 산업화, 세계화로 요약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양방적 진단과 한방적 치료가 결합된 상업적인 양한방 협진에서 벗어나 의사와 한의사가 실질적인 합동진료를 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드는 것도 국립 한전원에 부여된 임무 중 하나다.
이를 통해 한의학을 중장기적인 고부가가치 미래 성장동력산업으로 육성하는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야심찬 계획을 위해 첫발을 내딛은 상황에서 현재 주변 여건은 그리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선 부산대 의대(의학전문대학원) 전체 교수의 70% 가량이 한의학전문대학원 설립에 찬성한 바 있어 이번에 한전원 유치 신청서를 낸 나머지 국립대 소속 의대의 찬성률이 50%에 크게 미치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의대-한전원 협력 가능성을 밝게 하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엄종희)도 이날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과거 한의학이 사학에만 의존해 인재 양성을 해 오던 것을 국립 한전원 설립을 계기로 국가가 한의학의 발전을 위한 투자와 우수한 인재 육성에 발 벗고 나섰다는 점에서 늦은 감은 있지만 크게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다 부산대가 한의학임상연구센터, 약초재배단지 설립, 기초 한의학 연구 인력 양성을 약속했고, 양산시 역시 120억원을 지원하기로 한데다 300병상 규모의 한방병원을 설립하기에 충분한 인구 조건을 갖추고 있어 좋은 대내외적 여건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런 실험이 결국 실패로 끝날 것이라는 냉소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특히 상당수 의료계 인사들은 부산의대 교수 과반수 이상이 한전원 설립에 찬성한 것은 의대 교수 출신인 김인세 총장의 영향이 절대적으로 작용했을 뿐 막상 2008년 한전원이 개원하면 의대와 한전원의 반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못 박고 있다.
이론적 배경과 치료원리가 상이한 서양의학과 한의학의 결합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이며, 이는 경희대 의대-한의대의 현실이 잘 말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태생적 이질감을 극복하고 양한방 협진 모델을 만들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한방의 과학화가 무엇을 의미하느냐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국립한의대설립추진위원회 김정곤(서울시한의사회 회장) 위원장은 “한방이 과학화되면 한의학의 학문적 특성이 획일화될 우려가 있다”면서 “한의학적 사고 다양성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과학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의학의 과학화는 한의학을 보다 더 기본에 충실하도록 하고, 심화시키려는 노력을 의미하는 것이지 근거중심의학으로의 전환을 의미하지 않고, 정부나 의료계가 주장하는 한의학의 과학화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보다 더 큰 걸림돌은 의료계와 한의계간 갈등과 반목이다.
의협과 한국의대학장협의회, 전국의대교수협의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등은 한전원이 의료이원화를 고착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갈수록 불신이 팽배해지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부산대 한전원은 국내 한의학의 도약 기반을 다질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의료계와 한의계간 갈등으로 인해 ‘12번째 한의대’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