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기능식품이 개원가의 또 하나의 레드오션이 되어가고 있다. 건강기능식품 취급을 포기하는 개원의들이 늘고 있다.
대전에서 개원하고 있는 이모 원장은 건기식 판매를 포기하기로 하고 반품을 요청했다. 건기식이 활발하게 판매가 되는 것도 아니고, 환자에게 권유하기는 찜찜하다보니 결국 신경만 쓰이는 존재가 된 것이다.
그는 "환자에게 권유하면 부담스러워하고, 결국 나쁜 소문만 날 가능성이 높다"면서 "너도나도 하길래 건기식을 취급했지만 한계를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2004년만 해도 건강기능식품은 개원가의 '블루오션'으로 각광받으면서 주목받았다. 건강기능식품을 의사가 취급해야 하는 지에 대한 의료계 내부 논란도 적지 않았다.
당시 의협, 개원의협 등을 통해 단체로 건기식 판매업 단체교육을 받은 의사만 5000여명이 넘을 정도였고 병의원 전문 건기식 업체도 속속 들어서면서 단기간에 가맹점을 1500여곳 넘게 확보한 곳도 있었다.
그럼에도 몇년이 채 지나지 않아 그 인기가 사그라드는 것은 무엇보다 '판매부진'이 그 원인이다. 건기식 취급하는 병의원은 여전히 적지 않지만, 기대한 만큼의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녹색소비자연대가 올해 6월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병원에서 건강기능식품을 구입한다는 시민의 비율은 단 3%에 그쳤다. 반면 일반판매점은 19.9%, 약국은 18.6% 순으로 6배나 더 많았다.
이는 건기식 판매를 위한 적극적인 마케팅에한계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환자에게 적극 권유하자니 오해의 소지가 있고, 건기식 판매만을 위한 별도의 직원을 둘 수도 없는 일이다.
병의원에서 건강기능식품 불법 처방 및 판매 권유 등에 대한 지도교육을 강화하라는 정부의 방침도 한몫했다.
이 때문에 건기식 단체교육도 사라졌다. 건기식협회 관계자는 "올해 개별적으로 의사로 교육받은 사람은 600여명 정도"라면서 "단체 교육은 이미 지난해부터 없었다"고 전했다.
개원가의 건기식 포기가 이어지면서 빈 진열장만 남아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서울의 한 개원의는 "건기식은 이미 의사의 손을 떠난 것 같다"면서 "계약 조건 때문에 반품하지도 못한 빈 진열장을 보면 속이 쓰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