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는 장동익 회장 불신임안 부결 등을 올해의 10대 뉴스로 선정했다. 올해는 특히 의료계 내분이 극심했던 한해로 첫번째 뉴스는 단연 장동익 회장 불신임 사태이다. 또 소득세법 개정에 따른 연말정산 간소화 방안은 연말을 뜨겁게 달군 최대 이슈중 하나였다. 이밖에 ▲성모병원 백혈병 환자 임의비급여 파동 ▲포지티브리스트 ▲요실금 파동 등이 10대 뉴스로 선정됐다.<편집자주>
[아듀! 2006 10대 사건] ⑨성모병원 임의비급여 사태
의료진과 환자 사이에서 갈등양상을 보여왔던 임의비급여 문제가 한 해를 마감하는 12월 병원계를 강타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백혈병 환자들의 피해사례를 공영방송에서 고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환우회와 해당병원의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백혈병환우회는 5일 기자회견을 통해 “성모병원이 상습적인 진료비 과다징수로 수 백억원대의 이익을 올리고 있다”며 “자체 조사결과 백혈병 환자 1인당 1400만원에서 4000만원을 불법 과다 징수했다”고 폭로했다.
환우회는 “심평원에 진료비확인 요청결과, 10여명의 환자들이 4000만원까지 환급금을 돌려받았다”고 전하고 “성모병원에서 치료받은 4천여명에게 이를 환산해 적용하면 불법 과다 진료비가 400억원에서 800억원에 이를 것”이라며 성모병원의 임의비급여를 강력히 비판했다.
이에 성모병원도 같은날 긴급 기자회견을 마련해 “의사는 환자를 치료할 때 최선을 다할 의무가 있다”면서 “건강보험 기준에 맞지 않는다다고 해서 치료를 하지 않을 순 없다”고 말해 급여체계의 한계로 인한 임의비급여의 불가피성을 피력했다.
김학기 부원장은 “환자가 심평원에 임의비급여 민원을 내면 병원으로서는 진료비를 환급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이렇게 하지 않을 수 없는게 현실”이라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의사의 진료를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환우회와 성모병원간 불신의 골이 깊어가는 가운데 KBS 추적 60분 ‘백혈병 고액진료비의 비밀’ 방송으로 인한 후폭풍은 당초 예상을 뛰어넘어 의사와 환자간 ‘신뢰’에 적잖은타격을 입혔다.
이에 대해 대학병원 교수들은 “병원 대부분이 희생을 감수하면서 중증환자을 치료해왔는데 이렇게 부당청구기관으로 낙인찍히는 걸 보니 허탈하다”고 토로하고 “보험급여제아 치료재 중 실제 보험으로 인정되지 않는게 허다한데 보험청구도 못하고 환자에게 받지도 못하면 병원을 어떻게 운영하라는 거냐”며 현 의료시스템에 대한 문제점을 성토했다.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허대석 교수는 “현 급여체계는 평균적인 환자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지침이기 때문에 평균이상의 병증을 가진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결국 추가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공단에 청구하면 모두 삭감되는 것이 현실이어서 환자에게 비급여로 청구할 수밖에 없는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보험심사 기준대로 치료했지만 환자가 그 이상의 치료를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하고 “이를 거부할 수도 없고, 치료하고 비용을 받으면 부당청구가 되고 도대체 의사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냐”며 임의비급여에 대한 정부의 조속한 해결책을 촉구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방송의 여파는 과거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감정을 자극해 심평원에 진료비 확인 민원이 급증하는 사태를 불러 일으켰다.
수 백 건이 접수된 민원 중 상당수는 백혈병 환자나 보호자가 여의도성모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것으로 점차 타 대학병원으로도 진료비 확인요청이 옮겨가며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복지부, 감당할 수 있는 의료범위 인정해야"
이같은 상황에 대해 관련학회가 우려감을 표시하며 정부의 현명하면서 성실한 중재를 촉구하고 나섰다.
혈액학회(이사장 조현찬)와 조혈모세포이식학회(이사장 박희숙)는 입장발표를 통해 “이번 사태로 혈액암 환자와 가족, 치료담당 의료진 모두에게 심각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높은 수준의 진료를 원하는 현실을 복지부와 심평원은 빈약한 건강보험 재정상태와 경직된 급여체계로 발전하는 의료기술을 따라잡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우려감을 표했다.
두 학회는 “심평원은 요양급여기관의 보험급여기준을 엄격히 적용하는 반면, 환자의 비급여 민원에 대해서는 느슨한 기준을 적용하는 이중적 유권해석으로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꼬집고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의료의 적정수준과 범위를 정직하게 인정해 환자와 의사의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성실하게 중재해야 한다”며 정부의 조속한 해결책 마련을 주문했다.
병원계도 현재 잘못된 심사청구에 대한 사례수집에 착수해 성모병원 사태로 인한 여파를 방관하지 말고 공동대처하자는데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이다.
병원협회 보험부 박혜경 부장은 “의료기관이 잘못된 의학지식이나 진료로 환자에게 해를 끼쳤다면 질타를 받아 마땅하나 특수질환 치료를 위해 심사기준이 초과했다는 이유로 환수조치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심평원도 현 기준의 불합리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험재정상 국가가 부담할 수 있는 마지노선을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환자와 병원간 갈등이 증폭되자 복지부는 그동안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다 뒤늦게 성모병원에 실사팀을 파견해 문제 확대를 방지하는 어쩡쩡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환우회와 병원계 모두 현 정책의 한계에는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환급액이라는 금전적인 부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지속되는 공방전을 벌이고 있어 ‘임의 비급여’로 명칭되는 신조어를 제거할 수 있는 정부의 신속하면서 현명한 해결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