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한양대 구리병원 1층 로비에서는 아름다운 클래식의 선율이 흘렀다.
이는 다름아닌 의사들이 만들어낸 음악소리. 의사들이 병원에서 난데없이 음악회를 연 것은 바로 환자들의 아픔을 달래주기 위한 목적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음악가를 꿈꿨다는 소아과 오재원 교수의 바이올린 선율은 아마추어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
또한 피아노, 첼로가 함께 3중주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소프라노 노경수 신경정신과 전공의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로비를 가득 채웠다.
연주곡은 클레멘티의 ‘알레그레토’를 비롯해 ‘울산아가씨’와 같은 민요에서부터 ‘오직 주만이’와 같은 가스펠에 이르기까지 총 9곡에 이르는 폭넓은 음악세계를 선보였다.
7회째를 맞은 이번 공연으로 구리병원 ‘환우와 가족을 위한 음악회’ 현장에는 떠드는 아이들의 목소리도 아픔에 겨운 신음소리도 잠시 자리를 비웠다.
구리병원 소아과 오재원 교수가 제안해 매달 이루어지고 있는 ‘환우와 가족을 위한 음악회’는 공연의 수준뿐만 아니라 심신이 지친 환자들로부터 치료를 넘어선 서비스라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정기 음악회를 기획한 오 교수는 학창시절 한양대 의대 오케스트라 ‘키론’(CHIRON)을 통해 의대진학으로 못다한 꿈을 이어갈 만큼 음악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다.
오 교수는 의사가 되어 병원에 근무하면서도 클래식과 음악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않았으며, 오 교수의 이러한 열정으로 지난 3월 구리병원 ‘환우와 가족을 위한 음악회’를 기획하게 됐다는 것이 병원측의 설명이다.
진료와 함께 매달 음악회를 준비하는 것이 어려울 법도 하지만 단 한번의 공연도 차질없이 이어오는 것은 모두 오 교수의 음악에 대한 열정 덕분이다.
음악회 때마다 사용되고 있는 구리병원 1층 로비의 피아노 역시 오 교수가 병원 측에 기증한 것.
오 교수는 "키론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반인반마의 괴물, 하지만 신화에서 키론은 음악과 의학의 신으로 추앙 받는다"며 "키론이라는 오케스트라 명칭을 직접 지었다"고 말했다.
오 교수의 말속에서 그 역시 음악으로 아픈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싶어하는 구리병원의 키론을 꿈꾸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