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민사17부는 2000년 의료계 파업을 집단이기주의로 묘사한 고등학교 도덕교과서에 대해 대한의사협회(회장 김재정)가 교육인적자원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1심과 동일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6일 의협은 “교육인적자원부가 제기한 항소심이 ‘기각’됨에 따라 상고의 제기가 없는 한 의협에 1천만원, 대전광역시의사회 소속 3인에게 각 100만원을 지급하라는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작년 2월 고등학교 1종 교과서로 올해부터 사용된 도덕교과서 80쪽에 ‘현대 사회와 도덕 문제’ 단원에서 ‘도덕 공동체 악화 요인’으로 의료계 투쟁을 컬러 사진으로 게재하며 “집단 이기주의는 공동체 붕괴의 중요한 원인이다”고 캡션으로 달았다.
교과서는 80쪽에 사진을 게재하고 81쪽에서는 “집단이기주의는 개인적 차원의 이기주의보다 때로는 더욱 집요하고 고쳐지기도 힘든 측면이 있다”며 “개인적 이기주의는 다른 사람들의 반발이나 비난으로 인하여 그 태도가 바뀔 수 있는 반면, 집단 이기주의는 자기가 속한 공동체에 대한 사랑이라는 명분으로 위장함으로써 스스로를 정당화하기 때문이다”고 기술했다.
의료계는 이에 대해 즉각 반발하여 2월 명예훼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금년 4월 1심 판결에 이어 6일 항소심에서도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문제가 된 사진 및 교과서 내용은 원고 법인과 소속 의사들이 의약분업과 관련해 제기한 주장들이 집단 이기주의에 기초한 것일 뿐이며, 궁극적으로 공동체 붕괴를 가져오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인상을 줌으로써 원고들의 사회적 신용과 명예를 훼손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