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협회가 의료법 개정안 문제에서 의협과 일정 부분 다른길을 가는 듯한 분위기가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다.
2.11집회 참여 문제를 비롯해 의료법실무작업반회의 탈퇴 문제를 두고 잇따라 시각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의협과 병협은 서로 공조를 다짐하는 등 분위기가 비교적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이달 3일 의협이 의료법 개정안 전면거부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의협 김시욱 공보이사는 8일 복지부에 의료법개정실무작업반회의 탈퇴를 통보했다고 밝히면서 "병협이 오늘까지 기다려달라고 해서 기다렸지만 계속 머뭇거려 어쩔 수 없이 단독으로 탈퇴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그는 "병협 치협과 공동으로 작업반을 탈퇴해 복지부와 의료법 협상 자체를 무력화시킬 계획이었다"며 "치협은 병협과 같이 행동하겠다는 입장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복지부는)병협에서 그간 요구했던 것 대부분을 수용해 줬다. 그들은 의사가 아닌 경영자 입장에서 실리를 택했다. 일부 회원은 병협의 태도를 보고 선을 그으라고 요구하기도 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가장 큰 관심은 병협이 의료법 개정안으로 득을 얻느냐는 것이다. 병협은 개정안이 병원에 무조건 좋은쪽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는 입장이다.
병협 고위관계자는 "의사프리랜서. 원격진료, 법인병원 인수합병, 원내의원개설, 부대사업 허용 등은 도움이 되는 것이지만 종합병원 병상규모 상향조정, 간호진단 문제는 병원계에도 불리한 조항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실무작업반 탈퇴 문제와 관련 "(탈퇴를)한다 안한다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여운을 남겼다.
의료법 개정안 전면거부 문제에 대해 "기본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큰 차이 없다. 다만 전면 거부할 것이냐, 계속 논의하면서 문제점 개선하려고 할 것이냐에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했다.
즉, 개정안에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무조건 거부하기 보다는 협상을 통해 문제점을 제기하고 개선해야 할 것이란 뜻이다. 이는 병협의 입장이 이른바 '협상우선' 쪽으로 기울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한편 의협의 실무작업반 탈퇴 통보에 대해 복지부 임종규 의료정책팀장은 "지금은 의협이 안들어오면 어떻게 하겠다고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이어 "이번주까지는 실무작업반이 아니라 별도의 팀을 통해 대안을 갖고 대화 하기로 약속을 했기 때문에 24시간 통로를 열어놓고 기다리고 있다"며 "장동익 회장이 장관까지 만나 약속해놓고 신의를 저버리면 어찌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의료법 개정안에 병협의 입장이 상당부분 반영된데 대해서도 임 팀장은 "병협은 지난 10여년간 대안을 갖고 꾸준히 해달라고 얘기해왔다. 그러나 의협은 대안도 없이 얘기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