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장관, 사퇴하라. 복지부 장관감이 아니다."
11일 오후 2시, 과천정부청사 앞 운동장에 모인 2만 5천여명의 의사들은 의료법 개정을 추진하는 유시민 장관에 대한 분노로 가득차 있었다.
운동장 뒷편에 삼삼오오 모인 의사들도 오랫만에 만난 반가움도 잠시 유시민 장관에 대한 불만을 토해내고 있었다.
어린 자녀까지 집회 동참
의료법 개정 저지 궐기대회 시작 한 시간전인 오후 1시경 전국에서 의사들이 과천정부청사 앞 운동장으로 집결하기 시작했다.
지방에서는 대형버스를 대절해 속속 운동장을 메우기 시작했고 서울, 경기, 인천지역 내 의사들은 개별적으로 지하철이나 자가용을 이용, 몰려들었다.
휠체어를 타고 궐기대회 참석 한 주괄 원장은 "현 정부는 국민의료를 볼모로 의사를 이지매하고 있다"며 "할복에 대해 그런 식을 발언을 한 유시민 장관은 복지부 장관으로서의 자질이 없으므로 퇴진해야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섯살 남짓 돼 보이는 어린 자녀들까지 대동해 전 가족이 참여한 의사들도 일부 눈에 띄었다.
8살, 5살 난 두딸을 데리고 참석한 김대현(은평구 A병원), 안희경(동대문구 B병원) 봉직의 의사 부부는 "부부가 참석하려다 보니 아이들을 봐줄 사람이 없어 함께 왔다"며 "이렇게 화창하고 좋은 날 아이들은 데리고 집회에 오니 착잡하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아내와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까지 함께 나온 송재현 원장(인천시의사회)은 "아들에게 민주사회 집회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데리고 나왔다"며 "굳이 아들에게 의사가 되라고 추천하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특색있는 행사참여...오색물결 만들어
본 행사시작 시간인 오후 2시가 되자 이미 운동장은 의사들로 가득 차 있음은 물론이고 각 의사회별로 대오행렬을 갖춘 상태였다.
대오는 빨강, 파랑, 흰색, 주황색 등 가지각색의 모자와 스카프, 수건 등이 등장해 형형색색의 화려한 물결을 만들어냈다.
청주시의사회는 흰색 마스크에 검은테이프로 'X'를 그려넣어 의료법 개정안을 철회할 때까지 복지부와 일체의 의견조절은 없을 것임을 시사했고 운동장 뒷편의 오색 애드벌룬에 '의료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라'는 문구를 적어 하늘 높이 띄워 시선을 모았다.
경기도의사회는 두명의 키다리삐에로가 플랜카드를 들어 의사 회원들이 멀리서도 한 눈에 알고 찾아올 수 있도록 하고 대전시의사회 의사 회원들은 양손에 노란색 막대풍선을 들고 힘 차게 두드리며 "의료법 개정 철회, 유시민 장관 사퇴"를 외쳤다.
궐기대회 시작을 알리는 웅장한 나팔소리에 과천벌에 모인 의사들은 결의에 찬 눈빛으로 중앙 단상을 응시했다.
의협 장동익 회장이 유시민 장관 사퇴를 촉구하며 정부의 정책에 대해 비판하자 2만 5천여명의 좌중은 일치단결해 한 목소리를 내면서 궐기대회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의·치·한 하나되어 의료법 개정 철회하자"
행사장 앞에 설치된 파란색 애드벌룬에는 각자의 바람을 적은 거대한 크기의 흰색 천을 매달았다가 행사가 끝날 때 쯤 하늘 높이 올려보냈다.
그 천에는 '유시민장관은 할복하라' '의료법 개정안 중단하라' '복지부 졸속행정 있을 수 없다'등 의료계의 강경한 반대 목소리를 담아냈다.
관악구 Y치과의원 장희수 원장은 "열기를 느낄 수 있어 집회에 참여한 한 사람으로서 뿌듯하다"며 "치과의사들도 의료법 개정에 대해 관심이 높으며 이런 분위기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 원장은 이어 "이번 기회에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등 각 직역별로 분열돼 있던 의료계가 하나로 끈끈하게 뭉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의료법 개정안 철회를 위해 더욱 긴밀하게 공조해나갈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