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대책을 위한 불임부부 지원사업이 특정치료에 한정된 ‘반쪽정책’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욱이 시술비 지원을 목적으로 불임 환자들이 의학적 소견을 무시한채 시험관아기(IVF)로 집중되고 있어 해당 진료과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15일 의학계에 따르면, 복지부의 불임부부 지원사업이 시험관아기 시술에 국한됐음에도 불구하고 ‘불임부부’ 명칭으로 전체 질환으로 호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달초 복지부는 ‘불임부부 지원사업’을 통해 “총 315억원을 투입해 불임부부 중 도시근로자 평균소득 130% 이하, 여성연령 44세 이하로 산부인과와 비뇨기과 전문의 진단서가 있으면 시험관아기 시술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산부인과와 비뇨기과 전문의들은 “정부가 발표한 ‘불임부부’ 사업명은 불임환자에게 상징적인 희망을 줄 지 모르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비급여 분야인 시험관아기 시술에 제한된 내용이라는 점에서 진료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해 첫 사업적용 후 산부인과와 비뇨기과를 찾은 불임환자 상당수가 다른 불임시술이 아닌 시험관아기 시술 진단서를 요구해 전문의와 환자 사이의 갈등소지가 내재되어 있는 상황이다.
일례로, 고환의 정맥류가 늘어나 생기는 질환인 정계정맥류는 남성 불임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수술로 이를 치료하면 임신 성공률을 60~70% 높일 수 있으나 지원금을 위해 시험관아기 시술을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
이로 인해 수술을 권하는 비뇨기과 전문의와 시험관아기 진단서를 요구하는 환자간 불협화음이 빈번히 발생해 복지부의 불임 지원책이 진료현장에서 또 다른 문제점으로 급부상되고 있는 실정이다.
산부인과의 경우도 불임시술을 위한 인공수정에 이어 최종적인 시술로 시험관아기 시술을 권하고 있으나 환자들이 정책지원을 목적으로 시험관아기 시술로 몰리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동국대 일산병원 산부인과 민응기 교수는 “불임부부 지원사업의 문제점을 심의위원회에서 누누이 복지부에 제기했으나 정책의 투명성과 부족한 예산을 이유로 거부되고 있다”며 “불임시술을 위한 중간 과정은 거치지도 않고 무조건 시험관아기 시술법을 요구하는 환자들의 추세는 정책적 불균형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꼬집었다.
따라서 전문의들은 산부인과와 비뇨기과에서 시행중인 불임 관련 검사와 시술 모두를 균등하게 지원하는 방향으로 현 불임부부 정책을 수정해 시행하는 것이 불임환자의 심적 고통과 진료현장의 충동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뇨기과개원의협의회 진길남 회장은 “불임시술을 위한 정액검사와 남성 수술은 지원범위에 해당되지 않아 개원가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전하고 “말로는 남성과 여성 모두를 위한 것처럼 포장된 불임부부 지원이나 시험관아기 진료과인 산부인과에만 혜택을 준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향후 정부 정책을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에 불임학회 백재승 회장(서울대병원 비뇨기과 과장)은 “복지부도 불임부부 지원사업이 지닌 모순과 문제점은 알고 있으나 기획예산처를 설득하지 못해 예산확보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며 “인공수정과 남성불임처럼 산부인과나 비뇨기과의 불임시술에 대한 형평성을 갖고 지원정책을 펴 나가는 것이 전문의와 환자간 갈등을 해소하고 저출산 과제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