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상태에서 행패까지 부려 정밀진단이 어려웠고, 통증이 완화되자 본인 희망에 따라 귀가한 뒤 사망했는데 왜 의료기관이 책임을 져야 하느냐”
제주지방법원 민사단독이 장파열로 사망한 A씨 가족이 병원과 담당 의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해 최근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리자 한 의사가 공개적으로 반박하자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2004년 6월 A씨(당시 58세)는 윷놀이 도중 시비가 붙어 동료로부터 배를 걷어 차여 제주도 모병원으로 후송됐고, 병원은 CT 촬영과 복부 일반방사선 촬영 결과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자 귀가 조치했다.
A씨는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다시 병원에 실려 왔지만 만취상태인데다 행패를 부려 정확한 진단이 어려웠고, 통증이 완화되면서 귀가하겠다고 하자 병원은 그대로 돌려보냈다. 그러나 A씨는 폭행을 당한지 16시간 만에 숨졌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적어도 A씨가 두번째 후송됐을 때 정밀진단을 했어야 했지만 병원이 이를 시행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잘못이 인정된다”고 병원에 30% 책임을 물었다.
그러자 자신을 ‘이도경’이라고 밝힌 외과의사는 미디어 다음에 이번 판결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만취상태로 병원에 온 환자에게 반복적 단층촬영을 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단층촬영은 환자가 방사선사의 지시를 따라야 정확한 사진이 나오는데 환자가 술에 취해 움직이면 사진을 찍어도 정확하게 나오지 않아 진단을 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그는 “외상환자에서 단층촬영의 정확도는 90%라고 하는데 나머지 10%는 부정확하다는 의미”라면서 “담당판사는 이 10%를 무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CT 중복 촬영에 따른 보험 청구의 문제를 따졌다.
그는 “병원 심사과에 이런 상황에서 두 번 단층촬영할 경우 보험이 되느냐고 묻자 둘 중 하나는 보험적용이 안된다고 했다”면서 “심평원 기준대로 하면 단층촬영을 한번만 한 것이 맞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응급실 당직을 서다보면 이런 환자가 오는데 단층촬영을 해도 장천공 소견이 없더라도 복부통증을 호소하면 뒤늦게 장천공이 나타날 수 있어 입원을 시킨다”면서 “그런데 입원하지 않겠다고 하고, 자기 마음대로 나간 환자에 대해서까지 의사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법의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못 박았다.
특히 그는 “이런 판결이 계속될수록 의사들은 방어진료를 하게 될 것이고, 외과나 산부인과는 수술을 기피하게 될 것”이라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지게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