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어디라고 환자가 있으면 배치되는 공보의. 그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보람과 기쁨을 찾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외지 혹은 열악한 환경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공보의를 찾아가 봄으로써 그들의 생활을 대해 들여다보는 시간을 마련해볼까한다. <공보의를 찾아서>는 매주 월요일 연재된다. - 편집자주 -
길병원 이비인후과 전문의에서 현재 병원선을 타며 섬 주민들의 건강을 보살피고 있는 류정국 공보의(33).
지난해 5월부터 인천 옹진군 보건소 소속 병원선을 타고 있는 그는 공보의 생활을 하며 바다 사나이로 다시 태어났다.
이곳에 근무하기 전까지는 배도 한번 타 본적 없는 류씨는 옹진군에 속해있는 오지의 섬을 방문해 진료하고 환자를 보살피며 바다와 더불어 살고 있다.
매주 2박 3일간 배타고 섬 방문진료 떠나
날씨에 따라 변동이 있지만 매주 화, 수, 목요일 2박 3일간 출항해 섬을 오가며 진료를 하고 출항하지 않는 날은 병원선이나 보건소에서 약품목록을 확인하는 게 그가 맡은 일이다.
진료는 병원선이 정박해 있으면 찾아오는 경우도 있지만 작은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가서 진료를 하고 나오기도 한다.
오지의 인적이 드문 섬을 찾아다니다 보니 환자층은 노인이 대부분이고 어업에 종사하고 있어 진료는 배 뜨기 전 오전과 배가 들어온 이후인 오후에 집중적으로 진료를 실시, 보통 하루평균 20~50명의 환자를 본다.
이렇게 섬에 들어간 날은 환자를 진료하는 것 이외에는 인터넷은 아에 포기하고 TV를 보거나 독서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섬 사람의 따뜻한 정 느낄 수 있어 좋아
약간 지루할 수 있어 보이는 일상이지만 류 공보의가 느끼는 섬 진료의 매력은 따로있다.
2~3주에 한번씩 찾아갈 때면 섬 주민들이 자식이 찾아온 것 마냥 반가워해줄 때 따뜻한 인정을 느낀다고.
"어르신들이 몸 편찮으신 것을 호소할 때 상담해주는 소소한 것도 고마워하는 모습에서 미약하나마 도움을 줄 수 있다는데 큰 보람을 느껴요."
특히 환자들이 건네준 고구마, 미역, 홍합, 굴 등을 먹을 때 병원선을 타길 잘 했다고 생각한단다. 간혹 할머니들에게 싸게 산 굴을 어머니나 장모님께 갖다드리면 칭찬을 받을 땐 병원선 공보의를 지원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또 한가지 매력은 병원선을 타면서 우리나라의 바다 경치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그동안 학교와 병원을 오가며 느낄 수 없었던 자연의 아름다움에 새삼 놀라곤 한다"며 "특히 가을의 청명한 날씨에 해지는 바다를 보고 있으면 너무 아름다워 해가 수평선 아래로 떨어질 때까지 갑판위에 있곤 한다"고 전했다.
"생전 처음타는 배 고충 있지만 그래도 즐거워"
그가 바다사나이로 다시 태어나기까지는 남모를 고충도 있었다.
처음 배를 타 본 그는 근무 초기에는 멀미에 시달려 심할 때는 배에서 내려서까지 화장실에서 나오지 못할 정도였다.
또 배를 타는 동안에는 인터넷은 물론 휴대폰도 안되기 때문에 결혼한지 얼마 안된 아내와 연락을 할 수 없다는 점도 참아야 한다.
열악한 진료환경도 이겨내야 할 대상이다.
류씨는 무엇보다 화장실 사용을 적응하는 데 꽤 오랜시간이 걸렸다.
"선실 내에는 화장실이 1개 뿐이어서 간호사들과 함께 이용해야하고 수압이 약한 좌식 화장실도 몸무게가 꽤 나가는 저에게는 꽤 고충이 있었죠. 특히 언젠가 화장실을 사용하고 있는데 갑자기 큰 파도가 치는 바람에 중심을 잡느라 진땀 뺐던 걸 생각하면 아직도 웃음이 납니다."
병원선을 타겠다고 했을 때 가족들의 걱정을 뒤로하고 바다 생활을 한 지 일년. 이제 그는 섬 마을 주민들이 남 같지 않다. 그는 마지막 남기고 싶은 말에 자신의 가족을 걱정하듯 다른 의료진에서 당부의 말은 남겼다.
"인턴 레지던트 선생님들, 힘들겠지만 오지에서 찾아오는 환자들에게는 편의를 봐줬으면 좋겠다. 교통이 불편한 만큼 두번 와야할 것을 한번에 마쳐 생업에 종사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