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어디라고 환자가 있으면 배치되는 공보의. 그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보람과 기쁨을 찾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외지 혹은 열악한 환경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공보의를 찾아가 봄으로써 그들의 생활을 대해 들여다보는 시간을 마련해볼까한다. <공보의를 찾아서>는 매주 월요일 연재된다. - 편집자주 -
"본과 1학년 교수님의 남극세종기지 경험담을 듣고 매력을 느껴 주저없이 남극세종기지 공보의로 지원했지요."
남극 세종기지 대원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심지훈 공보의(28)는 특별한 사유 없이는 근무가 끝날 때(13개월)까지 돌아갈 수 없는 먼 길을 떠나왔지만 자신의 선택에 조금도 후회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영하 10도의 추위에도 묵묵히 홀로 세종과학기지 대원들의 건강을 보살피고 있는 심 공보의는 2006년 한양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같은 해 1월 13일부터 근무를 시작했다. 일정을 맞추다보니 인턴도 채 마치지 못했다.
이제 남극에 온 지 일년 남짓. 아직도 남극 기후에 적응이 안되지만 때묻지 않은 자연과 새로운 경험들이 그를 설레게 한다.
세종기지가 있는 킹조지섬 내에 있는 총 8개국의 외국 과학기지 대원들과 서로 행사에 오가며 대화도 나누고 함께 즐기는 일도 그에게는 새롭고 즐거운 일상이다.
"한번은 휴일을 맞이해 등산 겸 썰매타기를 하려고 기지 뒷산으로 올라갔는데 단단한 얼음때문에 썰매를 타고 내려온 대원들의 엉덩이가 다 까져서 하루종일 약을 발랐던 일도 두고두고 웃음지을 수 있는 소중한 추억이됐네요."
남극은 소소한 일상을 특별하게도 하지만 그만큼의 불편도 감수해야한다.
겨울이 시작되면 비행기와 배의 운행에 차질이 생겨 신선한 야채나 과일의 공급은 끊기고 특히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한국시간 4~5월)되면 심할 경우 눈폭풍(블리자드)가 불때는 모든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행동에 제약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에게 또 한가지 걱정은 '내가 과연 대원들의 건강을 잘 지켜주고 있는 것인가'하는 것이다.
세종기지에서 근무하는 공보의는 단 한명. 심 공보의 혼자 대원들의 건강을 체크해야하고 처방해야 하기 때문에 책임감이 무겁다.
인터넷을 이용해 한국의 친구들이나 선배들을 통해 자문을 구하기도 해보지만 X-ray촬영기나 기초적인 생화학, 혈액검사조차도 하기 힘든 상황에서 진단에서 항상 한계를 느낀단다.
그가 하는 일은 한달에 한번 씩 정기검진을 하는 등 대원들의 건강을 챙기는 것 이외에도 5000여권이 넘는 세종도서관의 도서관리와 DVD, 비디오테이프 등 관리도 맡는다.
남극의 단 한명 뿐인 공보의로서 심 공보의는 책임감도 배웠지만 무엇보다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남극에서의 생활은 항상 곁에 있던 사람들의 소중함을 깨닳게 해주네요. 내년에 한국에 돌아가면 가족, 친구들에게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그는 다른 이들에게도 남극세종기지 지원을 적극 추천한다.
맑은 공기, 아름답고 때묻지 않은 자연, 세계 각국의 다양한 사람들, 더불어 살아가는 극지의 동물들,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로움 등이 그가 꼽는 남극생활의 매력이다.
게다가 최근에 공보의들에게도 복수여권이 허용되면서 기존의 불편도 사라졌으니 더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다고.
그는 끝으로 2011년 남극대륙에 우리나라 제2과학기지가 생기면 더 많은 의료인들이 남극을 체험할 수 있게되길 바란다며 다시한번 남극 생활을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