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와 제왕절개율 전면 공개로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는 병원계가 올바른 적정성 평가를 위한 히든카드를 꺼내 들었다.
대한병원협회 보험부 박혜경 부장은 5일 오전 7시 협회 대의실에서 가진 제18차 상임이사회에서 “미국 가이드라인의 일부분만을 적용중인 복지부의 적정성 평가는 국내 의료환경을 배제한 정책으로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치밀한 정책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병협은 지난달 박상근 보험위원장을 단장으로 서울대병원(본원, 분당, 보라매), 삼성서울병원, 전남대병원 각 보험팀장과 박혜경 부장 등 8명을 미국 동부로 급파해 병원평가기관(CMS)을 방문하고 최신 정보를 교환했다.
이날 박혜경 부장은 이사회 본회의 시작 전 열린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 출장보고’ 발표를 통해 “병협 방문단은 CMS와 볼티모아 병원, 뉴욕장로교병원(NIP) 등 적정성 평가 기관 및 의료기관을 차례로 시찰하고 미국의 평가기준과 향후 방향을 경청했다”며 “분명한 사실은 현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가 수 년간 논의한 후 시행한 미국 가이드라인의 한 조각에 근거했다는데 있다”고 말해 복지부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혜경 부장은 발표 후 가진 메디칼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심평원이 현재 시행중인 적정성은 보험 지급액의 타당성을 평가하기 위한 기준으로 지난해부터 주사제, 항생제, 제왕절개율 등의 전면 공개로 의료기관이 심각한 휴유증을 겪고 있다”고 전하고 “미국은 적정성의 가이드라인을 정하기 위해 10년 이상 직역별 의견수렴을 거쳐 세부적인 방안을 마련했다”며 심평원의 근시안적 발상을 꼬집었다.
일례로, 박 부장은 “미국의 경우, 폐렴의 적정성을 평가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세부적으로 수 십 가지에 이르고 있다”며 “병원 및 학회와 충분한 의견교환 없이 즉흥적인 평가를 통해 패널티를 적용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박혜경 부장은 “복지부와 심평원도 미국을 방문해 적정성 평가 기준을 정해 자신의 단점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전하고 “다소 늦은감은 있으나 병협의 이번 미국 출장으로 병원계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와 당위성을 공고히 해 심평원이 반론할 수 없는 정책을 마련하겠다”며 이론과 현장경험에 근거한 실리적인 대안마련을 시사했다.
한편, 병원협회는 다음달 모든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요양급여 적정성평가 세미나를 마련해 심평원 심포지엄(5월 22일 예정)에서 병원계의 입장을 강력히 전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