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순천향대 부천병원에서 여중생 사망으로 인해 대형 의료분쟁이 촉발된 가운데 대형병원조차 의료분쟁을 합리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조직체계를 갖추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사소한 의료분쟁이 걷잡을 수 없게 확대돼 의료기관과 환자 모두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순천향대 부천병원의 여중생 사망사건과 관련, 병원계는 대체적으로 의료분쟁이 이 지경까지 확대된 것은 병원의 초기대응에 문제가 있지 않겠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의료분쟁을 전담할 조직체계를 갖춘 병원은 얼마나 될까.
대형병원이라 하더라도 법무팀을 가동하는 곳은 삼성서울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을 포함해 다섯 손가락이 채 꼽히지 않는다.
메디칼타임즈가 5일 일부 대학병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원무과 내에 법무담당 직원 1~2명 배치해 의료분쟁이나 의료소송을 전담토록 하고 있었다.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법무팀에 3명의 인력을 배치해 의료분쟁 소지가 있는 민원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의료진과의 면담과 의료분쟁소위원회를 열어 대응방향을 설정하는 한편 환자 측과 접촉해 신뢰감을 주고, 원만한 해결을 위한 협상을 주도한다.
또한 의료사고에 대비한 비상소집 모의교육훈련을 실시해 분쟁 장기화를 사전 방지하고, 신규 전공의나 교원을 대상으로 의료분쟁 교육도 시행하고 있다.
윤종태 법무팀장은 “의료분쟁이 발생하면 의료분쟁소위원회를 구성해 자체 평가를 한 후 가능하면 합리적이고 타당한 방침을 세우고 병원에 하자가 있으면 보상한다”면서 “적극적으로 대응해 빠른 시간 안에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아직까지 의료분쟁에 대한 병원의 인식이 낮아 원무과에서 업무를 분담하는 곳이 적지 않다”면서 “환자측과 원활하고 합리적인 협상을 하기 위해서는 법무파트를 전문화하는 게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의료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조직체계 유무를 의료기관평가 항목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울산의대 김장한(인문사회의학교실) 부교수는 “병원에 의료분쟁 전담기구를 요구하는 소비자단체의 요구가 이어지고 있지만 수용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면서 “조직을 갖추는데 들어가는 비용보다 환자와 갈등이 있더라도 일단 버티면 돈이 적게 나간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 부교수는 “의료분쟁은 발생할 수 있는데 문제는 처리방식”이라면서 “의료가 점점 전문화, 세분화되면 환자는 인격적 대상에서 치료대상으로 전락하고, 이럴수록 병원은 외부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법무팀을 구성해 환자와 보호자를 인격적으로 대우하고,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기관평가를 할 때 의료기관과 환자간 분쟁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자체조직이 있느냐를 평가항목에 넣으면 의료분쟁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